내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
첫째를 낳고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둘째는 절대 없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첫째가 다섯 살.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용기를 못 낼 것 같았다.
마음이 열렸을 때,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하지만 임신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1년.
회사에 다니며 계획을 세우고, 병원도 가봤다.
혹시 난임일까? 생각도 들어 검사도 받아봤지만 이상은 없었다.
그러다 퇴사하고,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지자 신기하게도 바로 둘째가 찾아왔다.
믿기지 않았고, 복잡한 감정이 들어 눈물이 났다.
그리고 바로 현실 자각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뱃속 아기를 건강하게 지키는 일
스트레스를 피하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일
첫째와 시간을 더 보내기
나만의 시간도 챙기기 (여행, 친구들 만나기)
그리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
“내가 시작한 닭육수 사업, 진짜 런칭할 수 있을까?”
첫째 육아휴직 때도 스마트 스토어를 해보겠다고 계획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때와 같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몰브랜더 오프라인 미팅 참석
마트 시장조사
타사 제품 요리해 보기
해외 직구한 치킨 브로스 시음
OEM 공장 미팅
처음으로 공장 미팅을 다녀왔다.
아빠 거래처 공장이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의 가공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찾아갔다.
아빠는 연결만 해주셨고,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과 브랜드 방향을 설명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돌아왔다.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일이었는데 사실 두려워서 계속 미루었다.
못 넘을 산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올해 공장 방문하는 것이 내 목표일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진짜 공장에 왔다니...!
한 계단 드디어 넘어섰단 생각에 뿌듯했다.
다녀온 뒤엔 바로 레시피 개발에 들어갔다.
OEM은 레시피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걸 모르고 미팅부터 한 셈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배우면서 하는 거지.
도서관에서 육수와 요리책을 빌려
레시피를 옮겨 적고,
직접 끓여보고,
재료 비율을 바꿔가며 테스트했다.
완성한 육수로 다양한 요리를 해보면서 맛을 체크했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밤 9시만 되면 눈이 감겼고,
주말이면 낮잠도 잤다.
무기력증도 찾아왔다.
남편은 내가 요즘 에너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재택근무도, 요리도, 사업 준비도
모두 버겁게 느껴졌다.
하기 싫고, 귀찮고, 그냥 쉬고만 싶었다.
결정타는 입덧이었다.
레시피 테스트를 위해 매일같이 닭육수를 맛보다 보니
어느 순간 완전히 물렸다.
내 입맛은 맵고, 시고, 시원한 것만 찾게 됐고
닭육수 테스트는 잠정 중단됐다.
12주 차,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입덧이 가라앉고 몸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에너지를 되찾고,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요리도 재개했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며 리프레시했다.
임신이라는 변수로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자리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업이든 육아든
절대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그걸 꾸준히 하면 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