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정순은 나자빠지듯이 뒤로 넘어가는 현자의 손을 잡아끌며 잡고 걷고 있었다.
‘가서 시키는 거 잘 허고 대답 잘 허고 빠릿빠릿하게 혀‘
‘…’
현자는 엄마가 야속하고 미웠다. 아직 14살 사춘기에 혈혈단신 고아도 아니고 집이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닌데 다른 친구들은 다 학교에 갈 때 이곳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니, 이른 아침 토끼털공장에 질질 끌고 와 단번에 매정하게 놓고 가는 엄마가 야속해 마음이 슬프고 애달팠다. 왕방울 눈을 가진 현자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후드득 떨어졌다.
‘현자야 언니 있응께 괜찮어 그만 울어라잉, 니준다고 빵 안묵고 뒀다 이거 먹고 마음 챙기라잉‘
말없이 빵을 한손에 들고 엉엉우는 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