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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킴 Jun 15. 2023

애플뮤직이 실패한 Daft Punk Playlist

내가 만든 Daft Punk Playlist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이미 애플의 신도자가 되어버려 있었다. 나의 모든 personal electronics 전자기기는 애플제품이다. 하지만 애플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예를 들면 바로 애플 뮤직.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포티파이가 더 훌륭한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애플뮤직에는 무슨 이유든지 간에 (음악 저작권 등) 검색되지 않는 아티스트, 앨범들, 곡들이 꽤 많다. 신인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찾기 힘들다.


애플뮤직에게 실망한 또 다른 점은 바로 큐레이트를 잘 못한다는 점이다. 스포티파이의 인공지능(AI)은 꽤 그럴싸하게 내가 원하는 취향의 노래 큐레이트를 잘해줘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애플뮤직에서 일하는 스텝들이 큐레이트 하는 특정 아티스트들의 essential playlist들이 존재하는데 단 한 번도 마음에 든 플레이리스트를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음악은 매우 주관적인 거고 청음 하는 개인에 따라서 느끼는 게 다르긴 한다. 그리고 나의 사적인 팬심이 많이 반영되어서 내 마음엔 들지 않는 거 일수도 있다. 하지만 다프트 펑크의 essential playlist는 다시 봐도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 다. 내가 생각했을 때 다프트 펑크의 천재성과 독보성을 보여주는 주옥같은 음악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다프트 펑크의 노래를 들어본건 9학년때 (중3~고1 시기)였다. 힙합과 락위주로 mp3 플레이어에 노래를 꽉꽉 채우던 시절, 당시 즐겨 찾았던 음악 커뮤니티 다음 카페 (그땐 youtube가 없던 시절이었다...)에서 아주 우연히 다프트 펑크의 something about us를 듣게 되었다. 나는 정말 큰 충격에 빠졌었다. 어떻게 이렇게 간단한 코드 진행에, 몇 마디 안 되는 가사에, 이런 군더더기 없는 너무나 깔끔하고 완벽하면서 중독적인 노래를 만들 수 있지?


4분 조금 안 되는 그 곡을 듣고, 듣고 또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이 노래만큼은 제발 절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몇십 년이 흘러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는 3분 35초 즈음 지나 음악소리가 페이드 아웃 fade out이 될 때 슬퍼지도 제발 이 음악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 노래 하나로 나는 다프트 펑크에 매료되었고 미친 듯이 그들의 음악을 찾고 들었다. 다프트 펑크로 나는 일렉트로니카라는 거대한 세계에 입문하였다.


재밌는 건 그때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 일렉트로니카가 음악시장을 때려잡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엄청난 메인스트림 디제이지만 당시엔 정말 마이너였던 Calvin Harris의 첫 앨범 I created disco (2007)가 나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이 앨범을 아직도 제일 좋아한다). 같은 해에 저스티스 Justice의 첫 앨범 Cross도 나왔다.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한국에서 일렉트로니카 해외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접하는 건 쉽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같이 beatport라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들으며 좋은 노래를 서로 공유하며 음악의 폭을 넓혔던 것 같다.


다프트 펑크의 마지막 앨범이었던 Random Access Memory의 10주년 기념으로 애플뮤직이 실패한 Daft Punk Essential Playlist를 (내가 그들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순수한 팬의 입장으로) 내 마음대로 닥터킴의 Daft Punk Essential Playlist로 꾸며보려 한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의 모든 노래를 다 포함하고 싶지만 심플함을 위해 딱 10곡만 뽑았다. 순서는 상관없이 알파벳 순서다.




1. Da Funk

이 노래는 어쩌면 다프트 펑크의 첫 데뷔 앨범 Homework의 가장 상징적인 노래 일지도 모른다. 다프트 펑크를 모르더라도 이 노래의 샘플링 부분은 아마 들어 본 적이 있을 거다. 초창기 음악이라 좀 더 하드코어 하고 일렉트로닉 한 노래. 노래뿐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매우 상징적이다. 다프트 펑크의 철학, 그들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mmi60Bd4jSs&ab_channel=DaftPunk

Daft punk - da funk



2. Digital love

가장 좋아하는 다프트 펑크의 노래가 무엇이냐 하면 나는 일초의 망설임 없이 digital love라고 말할 거다. 다프트 펑크의 많은 노래들과 비슷하게 이 노래의 주 멜로디도 샘플링한 것이다. George Duke의 I love you more라는 노래 도입 부분을 샘플링한 것인데 노래가 주는 느낌과 감성은 현저히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 중 하나라고 생각할 만큼 흠이 없다. 심지어 가사마저 훌륭하다. 다프트 펑크는 덜어냄의 미학을 정말 잘 아는 아티스트다. 과하지 않으며 심플하지만 꽉 차있다. 이 문장을 읽기만 해도 이게 얼마나 모순적이고 힘들어 보이는 가. 사랑스러움을 일렉트로니카화 시킨다면 digital love이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4whD6uAryMs&ab_channel=DaftPunk

Daft Punk - digital love



3. Face to face

의외로 유명하지 않은 다프트 펑크의 노래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의외로 보컬이었다. 보컬로 참가한 아티스트의 이름은 Todd Edwards. 뉴저지 블룸필드 (Bloomfield, NJ) 출신인 그는 사실 디제이다. 다프트 펑크뿐만 아니라 저스티스 Justice, 디미트리 프롬 패리스 Dimitri from Paris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리믹스했다. 토드 에드워즈는 그렇게 특색 있거나 기가 막힌 창법을 갖고 있지 않다. 근데 묘하게 듣기 매우 편하고 담백하며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다. 다프트 펑크 노래에 가장 어울리는 보컬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그는 다프트 펑크의 마지막 앨범에 수록곡 Fragments of time에서도 보컬로 참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KYWWfR_GKA&ab_channel=DaftPunk

Daft punk - face to face


4. Fragments of Time

이 노래는 제목만 읽어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음악의 첫 시작 리프부터 이미 이 노래가 어떨 건지 알려준다. 추억, 과거에 대한 향수.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름답고 찬란했던 그 순간들. Todd Edwards의 좀 더 중후한 보컬을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Random Access Memories의 앨범을 상징하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이 노래는 그 어느 계절에도 잘 어울리며 특히 여행 가는 길 혹은 로드트립 때 들으면 더더욱 잘 어울린다.


"Driving this road down to paradise,
Letting the sunlight into my eyes
Our only plan is to improvise

And it's crystal clear that I don't ever want it to end
If I had my way, I would never leave
Keep building these random memories
Turning our days into melodies
But since I can't stay...

I'll just keep playing back
These fragments of time
Everywhere I go, this moment'll shine"


https://www.youtube.com/watch?v=_ScM9pKlCfo&ab_channel=DaftPunkVEVO

Daft punk - fragments of time


5. Giorgio by Moroder

이 곡은 다프트 펑크의 롤 모델인 조지오 모로더 Giorgio Moroder를 향한 트리뷰트다. 조지오의 인터뷰에 통하면 조지오는 이런 노래가 만들어질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다프트 펑크는 조지오에게 스튜디오에 와달라고 초대했고, 마이크를 앞에 둔 채 조지오의 음악 일생에 대해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조지오는 흔쾌히 어쩌고 저쩌고 자기 얘기를 했고 그것은 녹음이 되었고 그의 말소리에 비트를 넣어 이 마스터피스가 되었다.


시네필인 나는 클래식 영화, 옛날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데 내가 조지오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리차드 기어의 초창기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 American Gigolo (1980) 통해서였다. 리차드 기어가 벤츠 Mercedes Benz 450SL 컨버터블을 타고 엘에이 팜스프링 Palm Springs로 달리는 장면이 있는 데 거기서 나오는 미래지향적이며 디스코/일렉트리니카적인 음악이 나온다. 1980년도에 이런 스타일리시한 일렉트로닉 음악이 있었다니! 아니나 다를까 작곡가는 조지오 모로더 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clotSuVFPxM&ab_channel=Flyingwire

American Gigolo 리처드 기어 벤츠 450SL 드라이브 신 노래는 "Palm Springs Drive"


조지오는 탑건 1의 OST에 참여했고 또 1984년 LA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1990 피파 월드컵의 공식 테마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화려한 커리어와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가진 조지오를 향한 노래답게 곡 중간중간에 락, 재즈, 일렉 등 여러 장르가 들어가 있다.

상식을 벗어난 이 노래는 여러모로 다프트 펑크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특히 도입 부분은 감히 레전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zhl-Cs1-sG4&ab_channel=DaftPunkVEVO

Daft punk - Giorgio by Moroder



6. One more time

이 노래를 넣지 않는 건 죄악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다프트 펑크를 가장 대중화시킨 노래가 아닐까 싶다 (technologic - 애플광고,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 칸예 웨스트 Kanye West의 샘플링에 더불어). 샘플링을 가장 기가 막히게 한 노래이기도 하다. 다프트 펑크의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 특히 샘플링에 대해 관심이 1이라도 있는 사람은 이 아래 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오토툰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는 데 (칸예 웨스트 등 메인스트림 아티스트들이 오토툰을 대중화시키기 훨씬 전에 - 1998년도에 - 만든 곡이다), 당시 음악 칼럼니스트들이 오토툰을 사용한 거에 대해 혹평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본인들이 만든 음악에 대한 자부심으로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한다. 아래는 다프트 펑크의 일원인 토마스 방갈테르의 2001년도 인터뷰의 일부분이다.  

We care less now than we used to about what critics say about our music. We liked the track, Romanthony liked it, we can be disappointed about what they said about the song, but still we liked it. It's just music, it's just entertainment, and as long as we believe in it that's what is important. It's what we wanted to do. We love to be able to use instruments the way we want to. Criticising the Vocoder is like asking bands in the '60s, 'Why do you use the electric guitar?' It's just a tool... no big deal. Creation is interaction. The healthy thing is that people either loved it or hated it. At least people were not neutral. The worst thing when you make art is for people to not even be moved by it. Love and hate are interesting because it's deep and intense. It's one side of our music that people might be sensitive to and others might not.
- 토마스 방갈테르 Thomas Bangalter -


https://www.youtube.com/watch?v=5QwOpRh-IfI&ab_channel=Tracklib

Tracklib의 Daft Punk - One more time 샘플링의 탄생


https://www.youtube.com/watch?v=FGBhQbmPwH8&ab_channel=DaftPunk

Daft punk - one more time




7. Revolution 909

Homework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Da Funk보다 이 노래를 더 좋아한다. 딱히 엄청난 후크나 멜로디, 가사도 없는 데 그냥 비트 하나로 하드캐리하는 노래. 하우스 음악에 클래식이 존재한다면 이 노래가 아닐 까? 별거 아닌 비트 같은데 너무 좋아서 계속 듣게 되는 비트.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거리며 발가락을 위아래로 까닥까닥거리게 되는 비트.

이 노래 뮤직비디오도 꽤나 대단하다. 감독은 로만 코폴라 (Roman Coppola). 코폴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유명한 대부 Godfather를 만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의 아들이다. 내용은 경찰과 프랑스 간부들이 하우스 음악, rave를 금지시키려 하려는 데 토마토소스가 묻은 경찰의 옷이 클로즈업되어 갑분싸 토마토의 일대기, 토마토 파스타의 레시피가 나온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꼭 뮤직비디오를 보길 바란다. 노래 제목에서 힌트를 주듯이 이 뮤직비디오는 프랑스혁명 french revolution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토마토를 제외하고).


https://www.youtube.com/watch?v=uURB-vo9rZ4&ab_channel=DaftPunk

Daft punk - revolution 909

 



8. Something about us

이 글 첫단에서 설명했듯이 이 노래는 내가 제일 처음으로 들은 다프트 펑크의 노래다. 이런 마스터피스의 노래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영원한 클래식한 노래다.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 want to say
'Cause there's something between us anyway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ve got to do
Some kind of secret I will share with you

I need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I want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I'll miss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I love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https://www.youtube.com/watch?v=sOS9aOIXPEk&ab_channel=DaftPunk

Daft punk - something about us




9. Touch

Random Access Memories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Digital love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개인적으로 다프트 펑크가 낸 노래 중에 가장 훌륭한 노래. 나의 장례식에서 틀어야 하는 플레이 리스트에 꼭 있는 노래다. 이 노래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하다. 형성이 없는 주인공 protagonist의 일생을 이 짧은 8:28분에 담아내는 느낌이다. 그게 다프트 펑크일 수도 나일수도 누구나 일지도 모른다. 이 노래 안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다. 뮤지컬을 음악화한다면 이 노래 일 것 같다. 말로는 표현하기 매우 힘든 노래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다프트 펑크가 음악적으로 최고의 지점을 찍은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지? 이전 Discovery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something about us, digital love, one more time등과는 그냥 레벨과 차원이 다르다. 마치 또 다른 시공간을 넘는 것 같다. 그래미 타고 빌보드 차트 올라간 유명한 아티스트가 아닌 왜 이들이 현대사회 음악에 한 획을 그었고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아티스트인지 한 번에 알려주는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0Gkhol2Q1og&ab_channel=DaftPunkVEVO

Daft Punk - Touch



10. Veridis Quo

사실 이 노래는 어릴 때 들었을 때는 많은 걸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자주 듣는 노래는 아니었다. 근데 희한하게 나이가 드니까 이제야 더 손이 가는 노래다. 노래 제목은 very disco를 그럴싸하게 라틴어로 만들어낸 단어다. 근데 노래자체는 제목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가사도 없는 데 비트와 멜로디 딱 두 개로 멜랑코리 하며 뭔가 싶도 깊은 감정을 만들어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ySLc8gZ3oEc&ab_channel=ElectromaMV

Daft punk - veridis quo (오피셜 뮤비가 아닌 팬이 만든 거지만 오피셜 뮤비보다 더 좋다)





내가 다프트 펑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그들의 순수함이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오랜 음악 활동 기간 동안에도 미친듯한 인기와 명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프트 펑크는 그들의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음악을 순수히 사랑하는 그들의 철학을 보여줬다. 그들의 행보가 영원하진 않았지만 나의 출퇴근길 차 속에, 나의 핸드폰 속에, 나의 마음속에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

Thank you Daft Punk




References:

https://web.archive.org/web/20010822001112/http://www.djtimes.com/original/djmag/may01/daft.htm

https://en.wikipedia.org/wiki/Giorgio_Mor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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