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퇴사여행 in Moscow - 붉은광장의 야경
도착하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가장 먼저 이 광경을 마주한 찰나를 기억한다. 의외로 희열이나 경탄과 같은 날카로운 감정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바라고 상상해온 첫 만남은 현실감이 떨어져서 오히려 덤덤했다. 벅찬 감동으로 일렁이는 대신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을 끌어안은 채 두 눈 가득 공간을 담았다. 눈길도 발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서서 온몸으로 도시를 맞닥뜨렸다.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밝은 빛들을 휘감고 강렬하게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이 도시를.
부활의 문을 지나 탁 트인 공간. 수많은 역사가 아로새겨진 러시아의 심장. 크렘린(Московский Кремль)과 레닌 묘(Мавзолей В. И. Ленина)와 성 바실리 대성당(Храм Василия Блаженного)과 역사박물관(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исторический музей)과 굼 백화점(ГУМ)으로 둘러싸인, 붉은 광장(Красная Площадь). 사진으로 보고 영상으로 만났던, 언젠가는 이렇게 직접 두 발로 딛고 서리라 다짐하고 꿈꿔왔던 곳.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깨달음이 스며들었다. 드디어, 여기에, 있다.
모스크바에 머문 나흘 동안 이 광장을 여러 차례 찾았다. 담백했던 첫 만남과는 다르게, 방문을 거듭할수록 붉은 광장은 더욱 각별해졌다.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성 바실리 대성당은 끝없이 시선을 잡아챘고, 화려한 자본의 존재감 속에서도 광장의 정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굼 백화점은 안정감 있었다. 딱딱하고 날 선 레닌 묘의 아우라는 러시아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냈고, 붉은 벽돌 위에 소복이 눈이 쌓인 듯한 색감의 역사박물관은 귀엽고 정겨웠다. 무엇보다 '붉다'는 의미와 동시에 '아름답다'라는 뜻을 지닌 Красная 한 광장의 존재 자체가 압도적으로 경이로웠다. 유럽의 광장들이 공유하는 고유한 정체성을 고스란히 지닌 공간. 스쳐 지나간 과거와 누적된 이야기 위로 현재의 기억과 시간이 쌓이고 포개지는 장소. 바로 이곳에 나 역시 실재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이 여행은 완벽한 가치를 찾았다.
모스크바의 첫날은 닥터 지바고 카페에서 늦은 저녁식사로 마무리했다. 차근차근 기억을 곱씹고 기록하다 보면 당시의 행복이 몽글몽글 되살아나겠지. 배움보다는 비움으로 알차게 채워냈던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날씨: 러시아의 7월 말은 한국의 초가을, 반바지 불가함, 얇은 여름 카디건 비추
아에로 익스프레스: 기차, 30분 간격, 역사 내부 진입로 옆 무인기에서 티켓 발권 가능
얀덱스: 러시아 택시 어플, 우버와 비슷, 빠르고 싸고 안전함, 차종과 차의 상태는 천차만별
숙소: 찾기 어려운 입구,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 위치, 직원이 영어를 못하지만 친절함, 붉은 광장 및 볼쇼이 극장과 가까움
굼 백화점: 아이스크림이 트레이드마크
닥터지바고 카페: 24시간 운영, 본격적인 레스토랑으로 분위기 훌륭하고 맛도 좋음, 영어 메뉴판 있음, 솔린카(soup) 추천, 공식 홈페이지
1일 차 경비 약 2,000 루블 : 아에로익스프레스 (500루블) + 유심 (500루블) + 식사 (1,000루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