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요가 안내자가 될 것인가 (1)
대학 시절에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왔고 취업 후에는 헬스를 다녔다.
그 사이사이 복싱, 테니스, 수영, 발레, 태권도- 참 다양하게 했던 것 같다.
원체 취미 부자여서 미술학원도 꽤 오래 다녔고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다시 말해 난 좋아하는 건 많은데 꾸준히 오래 하지를 못하는 금사빠이자 금사식이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기도 하고, 기본을 익히고 나면 다른 쪽으로 금세 흥미가 옮겨가곤 했다.
그런데 나처럼 사랑에 쉽게 빠지고 금방 식는 인간이 지독히도 아끼게 된 존재가 생겼다.
바로 요가, 요가를 사랑하게 됐다.
요가와의 첫 만남은 2022년 스물여섯 살의 봄이었다.
사실 요가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마음을 가진 건 아니었다.
동내 요가원에서 아쉬탕가를 처음 배웠는데 정말 파워풀하고 정제된 카리스마에 매료되었다.
한창 열심히 다닐 때는 1:1 수련 욕심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현업과 다른 우선순위들에 밀려 자연스럽게 몇 달을 쉬었는데
다시 돌아가려 할 때는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이 센터를 떠나신 후라 마음을 접었었다.
이후 반년을 넘게 쉬다가 찾아간 두 번째, 세 번째 센터에는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필라테스와 플라잉, 번지피지오 등 다른 수업을 함께 수강하다 보니 집중도도 떨어졌고
단순히 그룹 수업을 받다는 느낌에 그쳤다.
또 난이도도 쉬운 편이라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마음이 가있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요가가 재미는 있지만 그냥 운동이지 수련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그러던 중 요가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정통 요가원을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도착하는 순간 정말 마음이 설렜던 기억이 난다.
공간의 분위기와 수련자들의 에너지, 선생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내가 목이 말랐던 부분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 회사 동료로부터 TTC(요가 지도자 과정)를 권유받았다.
외근을 갔다가 함께 퇴근하는 길에 스몰톡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요새 요가가 너무 좋다고 말하니 그분께서 그럼 TTC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지나가듯이 말했다.
그때 거짓말처럼 심장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본인의 친구가 원래 화도 많고 감정적인 편인데 TTC를 마치고 나서 굉장히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함께 해주었는데, 딱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싫었고 전문 영역을 기르고 싶었던 욕심이 있던 터라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이후 어느 곳에서 TTC를 들을지 열심히 찾아보다가 예전에 요기니 친구가 추천해 준 곳이 떠올라서 찾아보았는데, 세상에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시기마저 딱 적절하게 TTC가 열리는 것이었다.
(아쉬탕가를 메인으로, 도구를 활용하고, 음악과 마음 수련을 함께하는 곳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등록을 고민하며 요가원을 방문했을 때 '바로 여기가 내가 찾던 곳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순간들이 참 신기하다. 여러 과정을 거치며 생각이 발전하고 주저했다가 다시 타오르고, 주변의 우연한 상호작용들이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최근에는 또 우연히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지금의 내 꿈은 올 겨울까지 TTC를 마치고 내년에는 새로운 길을 떠나는 것이다!
요가와 함께하는 순례길에서 나에게만 집중하며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채움과 비움을 실천하는 더욱 건강한 내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 돌아온 후에는 고독함 속에서 충만함을 느낄 수 있고, 그 마음을 함께하는 수련생들에게 나눌 수 있는 그런 요가 안내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