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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데이션 Dec 17. 2023

그동안의 PM 커리어 중간 점검 같았던 행사 후기

주니어 PM/PO들의 놀이터, 주피터 행사 후기

본격적으로 약 세 달 정도 준비했던 PM/PO 네트워킹 행사, 주피터 1기를 무사히 끝마쳤다.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바로 후기글을 쓰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다니면서 진행했던 것이라, 평일 밤 12시에 회의를 한 적도 있었다) 현장에서 혹시나 있을 실수를 우려했지만, 다행히 행사에 참여했던 분들은 대부분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던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총 5명의 운영진 친구들과 재미있게 준비했던 행사의 플로우를 조금 공개하고,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고자 했는지와 그 가치의 첫 시작점을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할 수 있었는지를 회고해보고자 한다.



(1) 행사를 준비하면서


행사를 위해 진행했던 미팅과 첫 회의 기록


사실 처음 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위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간단했다. 왜 개발자 네트워킹, 디자인 네트워킹은 많은데 PM들을 위한 네트워킹은 회사가 주관하는 것 외에 많이 없을까. 주니어들은 어디 가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인맥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PM들이 있고 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성장하고 있을까. 이러한 고민들이 얽히고설켜서, 문득 주고받던 카톡에 "나 이런 행사 열어보려고 하는데 같이할래?"라는 말을 던진 것이 시작이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가벼우면서 진지하게 준비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가치를 줄 수 있을지부터, 어떤 방법으로 행사를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행사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공감 가는 대화와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만들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 있는 네트워킹 행사 구성이 필요했다.


행사에서 사용되었던 질문 카드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질문 카드"이다. 총 20개의 "일"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팀 내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사의 메인이었다. 5-6명으로 이루어진 팀에서 10개의 질문카드 중 5개의 주제를 선택하고, 이를 주어진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포스트잇을 붙여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총 2번 가졌다.


어떻게 하면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또 어떻게 보면 너무 가볍지 않은 선에서 그들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콘텐츠 쪽을 맡은 두 명의 운영진 친구들이 특히 많은 고민을 했고, 위와 같은 결과물을 메인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행사에는 연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온전히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그 속에서 같은 일을 하는 분들 간의 유대감을 쌓고, 주피터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다음 행사나 모임 그리고 성장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덕분에, 더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행사에 참여했던 분들이 청중이 아닌 여러 명의 연사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행사에 사용했던 아이스브레이킹 빙고판


또, (물론 다들 기획 직무에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진행이나 의견을 나누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지만) 처음에 아이스브레이킹을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도 "아이스브레이킹 빙고판"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했다. 간단히 서로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하고,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자 위의 빙고판을 활용해서 가장 먼저 4개의 빙고를 완성하는 분들께 가벼운 선물을 드리기도 했다. 덕분에 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당일에 50% 완성된 행사


행사 당일 사용했던 PPT


물론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이 행사 준비에 집중하거나 투자한 시간이 회사에서 쏟는 에너지와 100% 일치하냐고 했을 때는 그러기 어려웠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하게도 본업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행사를 구성한 것이다 보니, 그리고 이런 행사는 처음 기획하는 것이다 보니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동선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지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더군다나, 행사에 필요한 포스터나 질문 카드, 스티커, 명찰 등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모든 것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아무래도 쉽지 않았던 점들이 있다. 심지어, 당일에 인쇄하면 되겠지-라고 했던 것들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당황하기도 했고, 종이를 하나씩 다 자르며 가내수공업을 행사 당일에 진행하기도 했다.


참여하는 분들을 잘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모든 분들을 다 모시기는 당연히 어렵다고 생각했고, 행사에 참여할 분들의 연차나 도메인을 최대한 다양하게 가져가고 싶었기 때문에 사전에 일찍 지원을 하셨더라도 아쉽게 참여가 어렵게 된 분들도 있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다음 행사를 진행하고 이런 기회를 많이 마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께 최대한 많은 혜택으로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목표


이 행사를 통해 금전적인 혜택을 보고자 했던 것은 전혀 아니기에, 최대한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도록 구성했다. 그 결과, 계산을 해보니 생각보다 참여한 분들께 많은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중간에 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상품 추첨도 넣고,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빙고판에도 간단한 상품을 드렸다. 또, 행사 준비 중 감사하게도 갤럽 강점코치로 일하시는 경수님께서 먼저 갤럽 강점검사 코드와 1:1 코칭권을 주신다고 해주셔서, 이 부분도 질문 카드와 엮어서 유의미한 선물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3) 현장에서 느꼈던 네트워킹에 대한 니즈와 역시 기획자스러웠던 모먼트들


질문카드에 대해 팀별로 나왔던 내용들


20개의 질문 카드를 팀별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드리고,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들어보았다. 생각보다 진지하게 대화를 통해 경험을 공유해주시고 있었고, 아무래도 비슷한 직무에 있는 분들이다 보니 공감을 많이 하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역시나 기획자분들이셔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처음에 혹시나 어색해서 대화를 하는 도중 침묵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내가 앞에 나가서 이제 벽에 붙은 이야기를 공유해보려고 한다-라고 몇 번 말씀드릴 때까지 팀별 대화에 집중해주시고 있었다. 이런 자리가 많지 않기도 하고, 각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나는 본인들의 경험이 아무래도 쏟아져 나왔던 것 같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가져가는 또 다른 특이점은 행사 중에는 회사를 밝히지 않고 오롯이 경험에만 집중하도록 했던 것이다. 보통 회사를 밝히면 그다음 나오는 질문은, "그 회사는 어때요?", "그 회사에서는 이런 직무에서 어떤 역할을 해요?" 등 회사와 내가 동일시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되도록이면 그들의 경험과 공감, 그리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사를 구성했고 그런 의도가 생각보다 잘 통했던 것 같다.


벽에 붙은 팀별 질문 카드 내용들도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다. 일부러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재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답변들을 읽었지만,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던 카드들은 실질적으로 마음을 치고 가는 그런 경험들이었던 것 같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비슷한 고민이나 이에 대한 공감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4) 기억에 남는 피드백들, 91%의 재참여 의사


챗 GPT를 활용한 행사 후기 Recap


행사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가장 처음부터 우려하던 시간 분배의 아쉬움이 있었다. 처음 우리도 행사를 기획하면서, 과연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팀별로 카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진행하기 전에는 어떻게 현장 반응이 있을지도 잘 몰랐고, 어쩌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늘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우선은 40분 팀별 공유 + 20분 전체 공유 + 쉬는 시간을 이용한 투표 10분 사이클을 두 번 돌렸다.


하지만 역시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많이 나왔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행사 때는 만약 네트워킹을 목표로 한다면 조금 느슨하고 자유도가 높은 행사를 기획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한, 당일에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서 꽤 오랜 기간 고민해서 편성한 조가 조금은 섞이게 되었다.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고, 비슷한 연차나 도메인끼리 묶어서 깊은 이야기를 하게 해드리고 싶었으나 팀이 몇 명이 섞이면서 만났던 분들을 또 만나는 상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동명이인 분들이 계셨는데 이 부분도 좀 더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다만, 생각보다 재참여 의사나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91%의 참여자 분들이 다음에 비슷한 행사가 진행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주셨고, 평균 만족도도 8점 이상으로 나쁘지 않았다. (후기를 살펴보았을 때도 낮은 점수를 준 분들의 피드백이 날카롭거나 나쁜 말이 적혀있던 것은 아니고, 만족했지만 그리 높은 점수를 주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 것은 SOPT때 이후 오랜만인데 (사실 이 행사도 온라인이었어서, 오프라인은 거의 처음이었다) 나름대로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부끄럽지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다른 경로로 나를 안다는 분들도 있었다. 어떤 분은 예전에 멘토링을 해드렸던 적이 있는데 현재 PM으로 일하고 있던 분도 있었고(개인적으로 이러한 경험이 가장 뿌듯하다) 커피챗에서 기획을 하시는 분이 나를 아는 분도 있었다 (매우 신기) 브런치를 보고 오셨다는 분들도 있었고, 링크드인을 보고 신청하셨다는 분도 있었다. 이렇듯 나와 접점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나를 아는 경우에는 역시나 또 한 번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5)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발전시켜 보면 어떨까!



특히 많은 고생을 했던 유빈, 정민, 혜리, 한솔


행사를 한 번 진행하면서, 사실 이번 행사가 잘 되는 것을 보고 그다음에 또 확장하는 것을 고민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기도 하고, 나 또한 이런 현장에서 얻는 에너지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다음 스텝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뿌듯했던 것은, 어쩌면 같이 하자!라는 말 한마디로 같이 시작했던 운영진 친구들이 행사의 결과에 상당히 만족하면서 신나서 다음 스텝을 논의하고 있는 점이다. 역시 가장 큰 동기부여는 MVP가 성공적으로 증명되고, 데이터가 예상했던 것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수치로 기록되었을 때 온다고 생각한다.


우선 빠르게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단톡방도 계속 유지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오프라인으로 계속해서 확대해보고 싶다. 후원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서, 작고 큰 오프라인 모임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그때는 연사분이 있어도 좋고, 스터디를 진행해도 좋고, 혹은 본인이 열고 싶은 작은 세미나를 위한 장이 되어줘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처음에 주피터를 기획했던 것처럼, 비슷한 직무에 있는 분들이 이 모임을 정말 그 옛날의 "놀이터"처럼 여겨주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놀고 싶을 때 들러서 놀고, 다음을 기약하고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은 연말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달리고, 연초쯤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또 다른 기회를 찾아나가 보고자 한다. 행사에 참여해 준 분들이 즐거워해주셔서 지난 3개월 동안 시간을 조금씩 냈던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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