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글] SOPT 27기 회장, 동아리에 대한 애정 끝판왕
사실 25살이면 대학생 치고는 그리 적은 나이가 아니다. 주변 친구들은 벌써 취업을 하고 1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은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은 해보고 싶었다. 지난 25기와 26기를 거치며 좋은 추억과 경험을 많이 쌓아온 SOPT(*대학생 IT 벤처 창업 동아리)는 나에게, 그런 생각과 고민이 무색하게도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SOPT의 26대 회장직에 도전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19기 활동을 하다가 중간에 탈주(?)한 사례가 있다. 당시 삼성전자 나눔봉사단 중앙자치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세미나에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SOPT는 토요일 오후 2시 - 6시 사이에 세미나를 진행하고, 출석 점수가 0점 미만이 되면 수료가 불가능하다.) 지금도 그 당시 계속 SOPT에서 활동했더라면, IT 서비스 기획 관련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은 남아있다.
아무튼, 그 당시의 아쉬움을 바탕으로 휴학을 하면서 SOPT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25기 기획파트에서는 [인턴즈]라는 서비스의 PM을, 26기 기획파트에서는 [STORM]이라는 서비스의 TI를 맡았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 외에도 각종 행사, 스터디, 그리고 네트워킹에 참가했다. SOPT의 장점을 몇 가지 꼽자면 대학생들끼리 수 백 명의 단체를 운영한다는 점 외에도 파트별 세미나를 진행하고, IT 직무에서 일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를 위해 대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하고, 행사를 통해 소통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낸다.
서비스 기획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복잡하고 세세한지 SOPT를 통해 알게 되었고,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협업하기 위해서 기획자가 가져야 할 포지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할 친구들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는 것이 가징 의미 있지 않나 싶다.
회장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예전부터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이렇게 큰 규모의 단체를 이끌어볼까 라는 욕심도 있었고, 도입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당시 파트장으로 나온다고 소문이 났던 후보들과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냥 성격 자체가 사실 리드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당시 회장 후보는 나를 제외하고도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에, 경선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나는 떨어지더라도 후회 없도록, SOPT의 발전을 위해 여러 공약을 준비했다. (*발표 마지막에 내 인생에 8월은 없다고 했었는데, 사실 9월과 10월, 11월, 그리고 12월 모두 없었다 흑)
글을 쓰면서 나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들을 쭉 점검해보았다.
모든 공약이 100% 이행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코로나 대비 운영이나 새로운 프로젝트의 도입, 웹 파트 신설로 인한 변동사항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운 좋게도 이번 기수에서 창업 지원 쪽으로 엄청 유명한 기업과 연결이 되어 SOPT를 위한 공간 마련 추진도 아마 다음 기수나 다다음 기수쯤 확실히 도입될 것 같다.
요약하자면, 그냥 잘하고 싶었다.
27기 SOPT 회원들이 돌이켜 봤을 때, "임원진이 일 너무 잘해서 활동 너무 즐겁게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다. 그리고, 함께 6개월 동안 고생할 예정인 임원진들에게도 덕분에 조금은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장이 되어주고 싶었다.
손편지를 써서 응원의 한 마디를 해주는 것도,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건네주는 것도, 한 명씩 힘든 사람이 있으면 몰래 챙겨주는 것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고생하는 임원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기 위함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목표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평일에도 아르바이트가 끝난 다음 SOPT 관련 업무를 쉴 새 없이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이 더 크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동아리 운영, 회장 업무가 1이었으면 실제로 해야 할 일은 10 정도였다. 그것도 처음에 인수인계를 3시간 넘게 받으면서 들었던 생각이지, 세세하게 들어가면 챙겨야 할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알아야 할 파트너사와 협력기관뿐만 아니라, 리크루팅부터 세미나 운영, 행사 진행, 앱잼을 위한 팀빌딩, 데모데이 준비는 기본이었다. 거기다가 나는 SOPT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도입하고자 했고, 27기에 새롭게 생긴 웹 파트가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임원진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로 인해 26기 종료 시점이 기존보다 1-2주일 정도 늦춰진 상황이어서, 다음 기수를 모집하기 위한 준비 시간도 정말 정말 촉박했다. 특히, 27기 SOPT를 브랜딩하고 브랜딩 기준에 맞춰 인재상 설정과 리크루팅 질문, 방식 등을 도입해야 했으므로 그 시즌에는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일했던 것 같다.
나는 해야 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차근차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업무 덕분에 스프린트 단위로 일을 끊어서 처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이제 SOPT 27기 회장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약 1달 정도가 남았다.
돌이켜보면 리크루팅을 진행하면서 Zoom을 켜 둔 채 임원진들과 밤새 자기소개서를 읽고 평가했던 날들도, 첫 OT 때 중간에 통신이 끊겨서 우당탕탕 했던 날들도, 세미나가 끝난 다음 임원진들끼리 회포를 풀었던 날들도 조금씩 멀게 느껴진다.
가장 큰 행사인 앱잼만 끝내면, 나의 대학생활 마지막 대외활동이 끝난다. 마지막이라서인지, 아니면 후회 없을 만큼 힘껏 노력하고 있어서 더욱 즐겁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는 연합 동아리 회장 정도는 흔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숱한 대외활동을 하면서도 지금만큼 할 일이 많았던 적도, 즐거웠던 적도 없던 것 같다. 끝판왕 중에 끝판왕 같은 느낌이랄까. 한 기수의 동아리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는 것도, 회원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임원진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