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글] SOPT 27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SOPT는 매 기수 새로운 브랜딩을 진행한다. 한 기수의 핵심가치부터 슬로건, 로고, 컬러까지 전부 다르다는 점이 SOPT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이다.
그렇게 정해진 핵심가치는 한 기수의 회원들을 뽑을 때에도 적용된다. 이번 27기의 핵심 가치는 "TRY, WITH, IMPACT"다. 나는 SOPT를 브랜딩 하기 전에는 어떤 제품이나 기업의 핵심 가치, 로고, 브랜딩이 나오는 과정이 그렇게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줄 몰랐다.
SOPT 로고의 역사는 12기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로고뿐만 아니라 핵심 가치를 브랜딩 하는 것은 24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기수의 로고에 따라서 굿즈와 운영 PPT, 카드 뉴스 등의 모든 컬러가 결정되고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 왜냐하면 나는 19기, ALL_New SOPT를 중도 탈주했고.. 이후 SOPT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하며 기수 변화 역사를 지켜보기만 했기 때문이다)
기수의 시작을 알리는 OT에서도, 동아리 세미나를 위한 표지에도 해당 기수를 대표하는 로고가 들어간다. SOPT라는 단체의 소속감뿐만 아니라 해당 기수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단순히 동아리원으로 활동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렇구나 했던 로고가 뒤에서는 임원진들의 치열한 고민과 담아내고 싶은 가치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알게 되었다.
SOPT는 기본적으로 "열정"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열정 안에는 "함께, 성장"이라는 세부 가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와,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는 SOPT를 한 단어로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첫 회의 때 임원진들 간의 핵심 가치를 정했다. 협업을 위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존중과 배려, 솔직함과 책임감, 그리고 업무의 공유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모든 임원진들은 그 핵심 가치에 대해 적극 공감했고, 지금까지도 우리들만의 룰을 바탕으로 핵심 가치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본다. 이후에는 무박 2일간의 회의를 통해 27기 핵심 가치를 정하고자 했다.
한 번 정해진 핵심 가치는 200명에 달하는 동아리원들의 지표이다. 우리는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동아리원들을 선발하고, 그 가치를 가장 중요시 여기면서 활동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즐거움, 조화, 성장, 배려, 더 나은 등 굉장히 많은 단어들을 오랜 시간 고민해서 공유했다. 모든 임원진이 가장 공감했던 단어는 "동행"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혼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구성원의 이상이자 우리의 핵심가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회의를 바탕으로 3가지 핵심 가치를 정했다.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을 할 줄 아는 사람, 함께하는 가치를 알고 나아갈 줄 아는 사람, 그리고 팀 내에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 이전 기수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영어로 핵심 가치를 정했다. (직관적으로 나타내기에는 영어가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한 "TRY, WITH, IMPACT"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키워드를 뽑아냈다. 예를 들어, TRY(=시도)에는 변화와 의지, 극복, 끈기, 배움, 진취, 도전정신을 포함했다. 각각의 키워드에 TRY의 핵심 가치를 담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 때 중요하게 평가할 기준을 세웠다.
하나 예시를 들자면 앞서 언급했던 '코로나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변화' 키워드 안에는 자기 발전 및 직면한 상황(실패) 변화를 위해 노력한 경험, 그리고 시도를 통해 배운 점이 무엇인지를 항목으로 제안했다.
27기의 핵심 가치를 정하고 난 다음, 그 핵심가치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브랜딩 작업이 필요했다. 이때 정말 의견이 많이 갈렸던 것 같다. 우리끼리의 이름 공모전을 통해 브랜딩과 의미를 제안했고, 결국 정해진 것은 지금의 "ON SOPT"이다.
TRY ON : 시도해보자! ON WITH : 시작해보자! IMPACT ON : 영향을 주자!
약간은 끼워 맞추기식 브랜딩일 수 있으나, 다른 브랜딩에 비해서 확실히 모든 핵심 가치를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다. 또한, 코로나지만 뭔가 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 보자!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브랜딩이 정말 마음에 든다.
이후 세부 브랜딩 작업은 디자인 파트장이 전적으로 맡아서 진행했다. 로고, 컬러, 브랜딩 시각화 등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버거울 수 있을 작업을 멋지게 해냈다.
다시금 브랜딩을 하면서 고생했던 경험과, 우리가 생각으로만 공유했던 방향성이 시각적으로 만들어졌던 과정이 떠오른다. 매 기수 핵심 가치를 강조했던 이유의 뒤에는 고생했던 임원진의 노고도 있었겠지만 그 핵심가치야말로 해당 기수를 나타내는 가장 큰 지향점이었기 때문이었다.
200명에 달하는 단체의 브랜딩 작업을 하며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나아가 기업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면밀히 살피는 버릇이 생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