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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김나영 Apr 27. 2021

26 < 사랑, 그리고 기운 나누기 >

어느 날 문득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면, 우리는, 소리도 없이 살며시 다가온 그 사랑 앞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랑으로 인해 희열에 젖어듭니다.


사랑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그 느낌들은 어떤 모습입니까. 어떤 사람과 어떤 상황 속에서 시작되었는가에 따라 그 모습은 다를 지라도, 어쩐지 가슴이 뭉클하고 날아오를 듯 기분이 들뜨며, 얼굴에서는 웃고 있는데 마음은 자꾸만 울고만 싶어 지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떨림 속으로 무작정 빠져들기가 두려워 사랑을 거부하려 해도 그럴수록 점점 더욱 갈망하게 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사랑의 느낌이 충만해서 기뻐하는 영혼만큼이나 얼굴에도 생기가 가득 차게 됩니다. 그 사랑이 훗날 마음을 아프게 할지라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일 땐 그것마저도 감수하려는 무한한 용기가 생겨납니다. 또, 어떤 일을 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기 때문에 훨씬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삶이 감동스럽고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영혼의 눈이 뜨이게 해주는 그런 큰 사랑이 슬그머니 다가오면 조금은 놀라울지라도 그것을 거부하지 말고 기쁘게 맞아 주십시오. 그리고 그 짜릿한 기쁨과 가슴이 에이는 듯한 그리움을 즐기십시오. 그럴 때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맑은 영혼이, 투명한 유리창에 비치듯 훤히 들여다보이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기운의 교감도 더 잘 이루어집니다. 기운은 마음이 가는 곳으로 움직이게 되어있으며 진심은 맑은 기운을 타고 전해집니다. 우리가 마음을 주는 사람에게 혹은 마음을 쓰는 일에 기운이 전해지고 모아져서, 사랑도 키우고 소망도 이루고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것이 바로 기도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또 누군가 날 위해 기도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해지는 일입니다. 서로 간에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서로를 위한 기도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하는 기도는 하늘도 기뻐하며 도와주려 하기 때문에 그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늘의 마음은 사랑과 평화와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기운을 더욱 잘 느끼며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 우주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느님이라는 사실과, 그분이 원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랑의 마음과 영혼이 같은 울림을 지니고,

게다가 기운의 교감까지도 잘 이루어지는 사람들끼리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되어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에게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를 위하는 마음만이 더욱 커져서 언제나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게 됩니다.

그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있음을 확신하며 더 이상 영혼의 외로움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서로에게 끊임없이 사랑이 가득 담긴 기운을 보내주기도 하고 또, 전해받고 합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느닷없이 전해오는 강렬한 기운의 느낌 속에서 그 사람의 사랑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큰 힘을 얻기도 합니다.


화담 서경덕과 황진이가 나눈 사랑도 마음과 기운으로 나눈 사랑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화담의 절개가 곧아서 절세가인인 황진이의 유혹에도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을 지킨 것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이지만, 소설 <토정비결>이라는 책을 읽고 난 후 그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황진이와 서 화담이 사실은 깊이 사랑하며 신뢰를 지닌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서화담은 분명 황진이의 유혹 앞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것은 분명하였지만 황진이도 서화담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더욱 깊은 사랑을 원했던 것이었지만, 서화담 역시 황진이를 남다르게 아끼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느 사람들의 사랑처럼 원초적인 것에 기반을 두려 하지 않고 기운을 나누며 한 차원 높은 사랑을 하는 모습으로 비칩니다. 황진이가 어느 날 작정을 하고 화담을 유혹했지만 화담은 황진이에게 정신적인 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강한 기운을 전함으로써, 황진이가 오히려 더욱 큰 희열을 느끼는 모습을 소설이 가진 허구적 특성을 가미해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것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그런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한 없이 자애로운 마음이 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하여 눈이 열리게 되며 더욱 큰 사랑을 깨닫기도 합니다.

보다 큰 사랑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기쁨도 무한히 커지게 됩니다.

사랑을 나누어 줄 때의 기쁨과 평화는 이 세상에는 맛보기 어려운, 너무나 소중한 가치를 지닙니다.


가슴에 사랑의 마음을 품고만 있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사랑은 나눔이라는 것을 꼭 동반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마음을 전하려면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아야 하고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땐 전화나 편지 등의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정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핸드폰 문자로 보내온 그 짧은 메시지를 통해서도 우리의 마음은 참 많이 기뻐지게 됩니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상대방이 느끼게 해주어야 하고 상대방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누어 줄 때, 그 사람이 진정 기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까 그 사람도 나에게 뭔가를 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혹은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의 마음을 가지고 나누어 주는 것은 상대방이 희한하게도 잘 알게 됩니다. 그래서 받으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러면 차츰 거리감마저 생기게 됩니다.

연인들의 관계가 애초의 신선한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고 앙숙이 되어버리는 것도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준만큼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욕심이 과해져서, 주지도 않고 바라기만 해서 더욱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사랑은 나누는 것이지 베푸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베풀다>는 의미 속엔 평등의 개념이 들어 있지 않고 무엇이 되었든 우월한 입장이 되어 열등한 존재에게 주는 것이라는 뜻이기에,

나는, 수직적 또는 상하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나누다>라는 말이 더욱 좋게 여겨집니다.

누가, 누구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것입니까. 우리는 모두 소중한 인격과 평등할 권리를 가진 하늘 아래 한 생명체인 것을요.


우주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는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신이 베풀어준 에너지이며, 누구든지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사랑과 생명의 에너지입니다. 다만, 그것을 먼저 깨닫고 그 큰 에너지를 통해 서로 나눔으로써, 미처 알지 못한 이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 것입니다. 사랑이 무엇이고 기도가 무엇이며 우주의 생명에너지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언젠가, 미국에서, 천사의 도시로 잘 알려진 LA(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에 정말로 천사가 있다는 TV의 한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그 천사는 다름 아닌, <글로리아 김>이라는 간호사 출신의 노인 할머니를 가리켜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녀는 미국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홈 리스(home less)들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을 음식과 입을 것을 나누어 주며 큰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큰마음이 하늘에 닿았고 사람들에게 큰 기운으로 작용해서 이제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홈 리스들을 돌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또 다른 천사들을,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끼리 저절로 모이게 해주는 기운의 작용으로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단지 기도만을 했을 뿐이고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고자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그 뜻을 알고 온갖 도움의 손길로 이끌어 준 것입니다.

그녀는 사랑을 나눔으로써 자신도 천상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사랑을 통해 우주와 하나 되고 창조주와 하나 된 마음으로 천사가 되어 하늘의 뜻을 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마약중독자는 물론이며 상대가 어떤 상태이든 상관없이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을 씻기고 먹이고 사랑의 말로 다독거려 주고 있었습니다.

홈 리스들은 하나 같이 그녀를 마더라고 불렀습니다. 엄마와 같이, 안식처가 되어 주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동하고 고마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그녀의 사랑에 용기를 얻어서 홈 리스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을 바라본 나는 부끄러움과 함께 진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라지 않는 사랑만이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한 그녀의 말이 나의 가슴에 새겨져 오랫동안 마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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