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탕집 처마밑
통창을 두드리는 굵은 빗줄기 소리가
토요일 한가로운 낮잠을 깨운다.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린다.
어릴적 하굣 길에
해 걸린 하늘에서 소낙비가 쏟아졌다.
머리에 책가방을 이고 종포 장어탕집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금방 지나가겠지.
맑은 하늘에 비는 언제나 그랬다.
초로의 신사가 삐걱거리는 식당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마른하늘에 뭔 비여. 호랭이 장가간당가. 금방 그치겄지."
그도 처마 밑에 멈춰선다.
종일 끈적끈적했던 열기가 비에 젖어 대지로 스며든다.
먼바다 산등성이가 바다를 품에 안고 이어져있고
눈앞에서 무더위는 한결 가벼워졌다.
내일은 백로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하늘에서 이슬이 내려와 풀잎에 맺히겠지.
옷장에서 또 긴팔 옷들을 꺼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