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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Jan 02. 2024

기쁜 나의 차이나(China) 스토리(1)

시안(西安)

  새천년이 시작하는 2000년. 색동날개는 중국 노선개설에 분주했다. 2000년 4월엔 서울-시안 노선과 서울-구이린 노선에 취항하고, 6월은 서울-충칭 노선, 그리고 8월엔 서울-옌지 노선을 개설했다. 국내 노선을 늘리듯 중국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도시 하나하나마다 작은 기억이 있다.


  시안은 중국 서부 대개발의 중심 도시다. 서부의 의미는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12개 지역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신장, 시장, 칭하이, 간수, 쓰촨, 충칭, 구이저우, 윈난, 광시, 산시, 네이멍구, 닝샤를 포함한다. 중국 정부는 내수 확대가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서부 12개 지역을 대상으로 1999년 서부 대개발 사업에 착수하였다.


  시안(西安)은 진시황릉과 병마용을 찾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방문한다. 시안 셴양국제공항(西安咸阳国际机场)은 시안의 북쪽에 위치한 진나라 수도 셴양(咸阳)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베이징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1996년에 시안을 찾았다.  


  셴양공항에 도착하여 추주처(出租车, 택시)에 오르니 퀴퀴한 냄새가 차 안에 가득하다. 중국은 늦가을로 접어들면 저녁에는 날씨가 매우 춥다. 집안에 들어가면 바깥보다 더 춥다. 우리처럼 난방장치가 잘되어 있지 않다. 기온이 떨어지면 밖에서 입던 옷을 집에서도 그대로 입고 지낸다. 침대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자면 밤중에 흘린 땀이 옷으로 스며든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가는데 날씨가 추워 옷을 갈아입기도 귀찮다. 밤새 땀 흘리던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운전석에 앉아 있으니 차 안에 냄새가 진동한다.


  창문을 열려고 부서진 손잡이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돌리니 창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내려간다. 찬바람이 밀려들어 잠깐 시원하다 싶더니 이번에는 다른 냄새가 밀려 들어온다. 센양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가면 도로 양쪽으로 넓고 넓은 농지가 주욱 펼쳐져 있다. 그때는 그랬다. 달리는 차창으로 바람 따라 들어오는 정겹지만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문을 닫아야 할지, 문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진시황릉 입구로 가는 길에는 현지 상인들의 텐트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텐트 안쪽에서 새까만 얼굴만 살짝 내밀고 안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별 말없이 표정과 동작으로만 의사를 전달하느라 애쓴다. 가만히 해석해 보니 진시황릉에서 방금 도굴한 골동품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모양이다. 한 손에 감춘 때 낀 골동품 조각을 살짝 보여 주고는 얼른 안으로 숨긴다. “너만 봐!”라는 대사를 동작으로 속삭이는 것 같았다.


  시안에 오기 전에 텐트 안에 따라 들어가지 말라는 사전 교육을 받았지만 텐트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나는 가짜 골동품 하나를 들고나왔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아 똑같은 가짜 골동품을 밖에다 진열해 놓고 팔고 있었다. 가격을 보니 훨씬 싸다. 텐트에서 비싸다는 생각에 사지 않은 관광객은 여기서 싼 가격을 보고 사겠다 싶다. 상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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