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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Feb 21. 2016

왜 다들 자기 이야기만 할까?

"내 이야기"가 즐거운 사회심리학적 이유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갑니다. 분위기를 즐기면서 기다리다 보면, 짜잔- 보기만 해도 즐거운 음식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바로 포크를 들지 않죠. 우리만의 '의식'을 치러야죠.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고 자랑을 한참 하고 나서야 먹기 시작합니다. 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 SNS를 하는지, 아니면 SNS에 뭔가 쓰고 싶어서 재미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릴 땐 귀찮기만 하던 일기 쓰기. 하지만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SNS에 하루하루를 기록합니다. 그것도 꾸준히. 모두가 ‘온라인’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사진과 영상도 함께, 아주 다이나믹하게 말이죠. 

 

사람들은 도대체 왜, (아무도 물어보지 않고, 돈을 주거나 직업, 명예를 주지 않는데도 말이에요) 그렇게 SNS에 부지런히 글을 쓰는 걸까요? 


먼저 어떤 이야기들이 올라오는지 생각해볼까요? 분명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혹은 ‘셀카’)이 주를 이룹니다 (실제로 어떤 설문조사에서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에 올라오는 글 중 80%가 단순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는 SNS 뿐만이 아닙니다. 소설가 박완서 씨도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노출증 환자”라는 표현을 쓸 만큼, 경험 많은 작가들도 자기가 드러나는 글을 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는 일이 돈, 명예, 별다른 보상 없이 시간과 노력을 쏟을 만큼 ‘즐거운, 가치 있는 일’인가요? 2012년 PNAS에 발표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라는 논문*에서는 이 질문을 과학적으로 탐구했습니다. 


먼저 뇌과학적인 증거를 찾아보았습니다. 사람의 뇌에서 측좌핵 (NAcc)과 복측 피 개부 (VTA)라는 영역은 ‘보상 (reward)’체계의 중심으로, 쾌감, 즐거움을 느낄 때 반응합니다. 도파민을 통해 일시적인 보상을 제공하면서 어떠한 행동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그래서 약물이나 도박에 중독되는 경우에도 크게 반응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의견을 표현할 때와 타인의 의견을 듣고 평가할 때 이 영역의 활성도를 측정하면, 자기의 의견을 표현할 때 더 크게 활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논문에 삽입된 이미지 (Figure 1A). 자기의견을 표현할 때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뇌 영역들이며,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이 '보상', 쾌감과 연관된 측좌핵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자기 의견이나 태도에 대한 문항 (“나는 겨울 스포츠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타인의 의견이나 태도에 대한 문항 (“버락 오바마는 겨울 스포츠를 얼마나 좋아할까?”), 그리고 자신이나 타인과 관련 없는 사실에 대한 문항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렸다 - 진실 혹은 거짓”) - 이렇게 세 가지의 옵션을 주고 사람들에게 선택적으로 대답하도록 했을 때, 사람들은 더 작은 보수를 받더라도 자기에 대한 문항에 대답하는 것을 다른 두 가지 옵션보다 선호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고 해도, 그 돈을 받는 것을 포기하면서 ‘나’에 대한 질문을 선택한다면 그만큼 내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실험 결과는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내적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가설을 지지합니다. 


좀 더 깊이 들여다봅시다. “타인에게 자신을 알린다” - 이는 두 가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그 생각에 대해서 타인과 소통하는 것”. 이 두 가지 중에 어떤 점에서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단순히 자신에 대해서 속으로 생각할 때 (self-private), 자신에 대해서 타인과 소통할 때 (self-shared), 타인에 대해서 생각할 때 (other-private),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 소통할 때 (other-shared)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비교하여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테스트했습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두 가지 요소 모두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생각에 대해서 타인과 나누는 것 모두 선호하며, 이 경향은 약간의 보수를 희생하면서까지 선택할 정도로 강하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는 걸 더 선호하는 것이 단순히 더 쉬운 일이기 때문일까요? 연구팀에서는 추가 실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보다도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자기 이야기하는 것이 단순히 더 ‘쉬워서’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지만.. 일단 논문의 내용은 그렇습니다) 



이렇게 퇴근 후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심리학적인, 신경과학적인 이유가 있었군요! 결과를 자세하게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기에 대한, 남에 대한 이야기 모두) 남에게 전달하는 걸 즐긴다고 해석할만한 부분이 보입니다. 우리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기에, 소셜 네트워크의 열풍이 시작되자마자 불이 붙어서 전 세계적으로 커질 수 있었나 봅니다. 


이 연구는 현재 미국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자존감(Self-esteem)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지, 혹은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지는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워낙 자기에 대한 표현이 자유롭고,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 비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것 같은데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생각입니다 - 연구결과가 있나요?),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약하게 나타날까요? 



* 이 글에서 소개한 논문입니다: Tamir, D. I., & Mitchell, J. P. (2012). Disclosing information about the self is intrinsically rewarding. Proceedings of the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9(21), 8038–8043.  


Cover: Las Meninas (by Diego Velázquez, 1656)





(살짝 뒤로 물러서서 여담 몇 마디 덧붙입니다) 


이번 학기에는 대학원 1년 차 친구들과 사회심리학 세미나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세부 분야와는 조금 다르지만,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전공자 비전공자 모두에게 재미있는 생각 거리를 제공합니다. 앞으로 한동안 세미나에서 다룬 재미있는 연구들 (그리고 이 연구들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세미나를 하고 나면 답보다는 질문만 한가득 안고 나오는데요, 브런치에 생각을 덜어내면서 머리를 좀 가볍게 하려는 이기적인 이유로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ㅎㅎㅎ).      


이번에 다룬 주제는 자아(self)입니다. "우리는 나르시시스트인가”라는 브런치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나르시시즘’은 ‘비정상’적인 자기애를 칭합니다. 제가 소개한 연구는, ‘비정상’으로 ‘진단’되지 않는 일반 사람들이 ‘자기 자신 (self)’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정상적인 범위에서 사람들은 모두 ‘나르시스트’적인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객관적인 평가보다 자기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과 연관된 물건, 사람, 혹은 그룹에 강한 선호도를 보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우리도 모르게) 타인과의 관계, 단체 활동, 편견과 선입견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기준점, 즉 '자아'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연구도 이와 같은 노력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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