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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Jul 29. 2021

획일화되가는 UI디자인. 디자이너에게 위기일까?

지금 저는 UX, UI디자인, 유저리서치를 모두 담당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UI기획자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ㅎㅎ 당시에 제가 했던 일은 UI기획서 (와이어프레임)를 그리고 사용자 인터뷰를 하거나 앱에 대한 사용자 테스트를 하는 유저리서치 일이었습니다. UI디자인은 GUI디자이너분들이 하셨기 때문에 제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UI디자인은 시각적으로 휘황찬란하고 쨍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범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해지는 UI디자인 (1). Flat 디자인 트렌드의 등장

그런데 2010년 중반 즈음해서 UI디자인에 있어서 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에서는 2013년도에 스큐오모피즘(Skeuomorphism)이라는 스타일을 버리고 Flat한 UI를 새 OS (iOS7)부터 적용하기로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는 약 1년 뒤에 Material 디자인을 소개했고 이것 역시 기존 대비 미니멀하고 심플해지는 UI디자인의 트렌드를 형성하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디자인 입문자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장인 정신 수준의 능력이 필요했던 UI디자인의 장벽을 낮추어주었습니다. 스큐오모피즘은 현실에 흡사하게 화면을 디자인하는 것을 추구했는데 (예를 들어 아래 왼쪽 화면을 보면 카메라 앱은 렌즈가 튀어나올 것처럼 현실적이고, Newsstand도 실제 있는 책꽂이와 매우 유사합니다.) 새 트렌드는 더 심플한 룩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Skeuomorphism (왼쪽), Flat UI (오른쪽). 출처: iphoneAddict


비슷해지는 UI디자인 (2). 디자인 시스템

Flat UI디자인의 정착과 더불어서 UI디자인 분야에서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는 디자인 시스템입니다. 디자인 시스템은 잘 정의만 되어 있다면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미리 만들어져 있는 콤포넌트를 긁어쓰기만 하면 앱을 뚝딱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입장에서도 재사용 가능한 콤포넌트 코드를 미리 만들어 둘 수 있기 때문에 앱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토스에서 "1,000시간을 절약해준 디자인 시스템"(관련 글)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저 역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디자인 시스템 덕분에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Flat 디자인의 등장과 디자인 시스템의 대두는 한편으로는 UI디자인을 획일화시키는 데 일조를 했습니다. Flat 디자인은 기존 스큐오모피즘 대비 적은 시간을 들여서 UI를 만들 수 있고, 디자인 시스템은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디자인을 복붙해서 시간을 절약하자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뭔가 독특한,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디자인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UI디자인의 평준화 및 획일화는 좋은 것인가? 디자이너에게 위기일까?

한편으로 UI디자인이 회사마다 비슷비슷해진다는 것은 획일화, 천편일률적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고, 다음과 같은 몇가지 우려를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앱 디자인이 모두 비슷비슷해지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지고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닌가? (앱의 경쟁력)"


"다른 사람들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된다는 것은 UI디자인 전문가만의 차별성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디자이너의 직업과 미래)"


특히 기존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어렵게 UI디자인의 능력을 갖추었는데 이제는 남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게 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드는 게 오히려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 이것은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 제가 알아본 부분들과 저의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는 지점들

저는 해외의 디자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UX Collective에서 다음의 글을 읽었는데 생각해볼 만한 좋은 포인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Ever wonder why the most popular apps are starting to look the same?  It might be a good thing (왜 유명한 앱들의 디자인이 모두 동일해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는가? 그것은 좋은 일일 수 있다.)"

(기사 원문 링크)


비슷비슷해보이는 앱들 (이미지 출처: UX Collective)


참고로, 이 글은 2018년도에 작성된 글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때에 비해 이 글에서 언급한 앱들 (애플, 트위터,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의 디자인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회 1. 사용자가 새롭게 배우지 않아도 된다.

위 글쓴이는 앱들의 디자인이 평준화를 넘어 획일화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오히려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사용자가 앱을 사용할 때 새롭게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동의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UX를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일관성은 가장 중요한 디자인 원리 중 하나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어떤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익숙함/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만약 어떤 앱을 켰는데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메인 CTA 버튼의 색이 변하고 Back 버튼의 위치가 바뀐다고 해봅시다. 매 화면마다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게 사용하는 앱들마다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비슷하다면 새로운 앱을 다운로드하고 열었을 때 어떻게 사용하면 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회 2.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 역시 글쓴이가 언급한 내용으로 글쓴이는 좋은 브랜딩이란 어떻게 보이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며, UI디자인 자체가 차별화 요소가 되지 못하더라도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태스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 역시 수긍이 가는 지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쨍하고 어디서 본 적 없는 비주얼의 앱도 결국 불편하면 UI디자인의 차별화가 되어도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인스타그램이 떠올랐습니다. 인스타그램은 Flat 디자인을 비교적 늦게 적용한 편입니다. 디자인 업데이트 전후는 아래 인스타그램의 디자인 변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공유"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인데요. Flat 디자인은 사진이라는 컨텐츠에 사용자가 더 잘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에 더 집중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Fluidui.com



위 두가지 포인트를 볼 때, 앱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디자인의 평준화/획일화가 꼭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장점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디자이너의 직업적인 측면에서 제가 생각하는 부분을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회 3.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 중심으로 많은 것들을 해결함에 따라서 (특히 코로나 이후로) 스타트업과 테크 회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만큼 스타트업의 붐과 함께 UX분야의 중요도도 함께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기준으로 생각해볼 때, UI디자인을 차별화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실무에서 일을 할 때 디자인 시스템이 잘 확립이 되면 새로운 페이지를 디자인할 때에 기존의 재사용 가능한 요소들을 가져다가 쓸 수 있기에 시간을 엄청나게 많이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이 없는 회사에서 일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UI디자인을 하는데 시간이 배로 절약되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 내가 할일이 앞으로 별로 없는 거 아닐까?'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얻는 유저 테스트


이건 기우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해서 절약된 시간을 사용자 리서치와 여러가지 UX디자인 방법론들을 공부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투자를 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사용자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관계자를 초대하여 브레인스토밍 워크샵을 해보고 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수렴하는 방법들을 익히고 실행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각적인 차별화보다는 사용자의 본질적인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에 집중할 수 있었고 팀원들과 더 많은 가설을 설정해보고 검증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갖게 된 능력은 워크샵 퍼실리테이션이었습니다. (관련 글: "디자인 퍼실리테이터가 하는 일") UI디자인의 차별화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아니 꼭 해야 하는 활동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추가 내용] 그리고 UI디자인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대에도 더 잘 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할 것들과 해야 할 일은 많이 있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잘 활용하고,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화면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하고 검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자인 시스템 자체도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디자인 시스템이 생겨서 시간이 절약되는 부분은 다른 의미있는 곳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 일이 줄어든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한, 사용자를 위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회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워크샵 퍼실리테이션 또한 디자이너에게 좋은 능력이 될 수 있다.


기회 4.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UX/UI디자인에 눈을 뜨고 진입할 수 있다.

저는 UI기획자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직군 전환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게 한가지 있었습니다. 과연 내가 UI디자인 능력을 장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입니다. 제가 UI기획자로 일할 때, UI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이 쨍하고 멋진 시각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고 나는 범접할 수 없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UI디자인의 평준화라는 트렌드를 보며 나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갖고 도전을 해볼 수 있었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UI디자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UX/UI디자인을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하고, 또 해결하는데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는데요. 이 말인 즉,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접근해서 남들이 보지 못했던 문제를 찾고, 좋은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꼭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UX/UI디자인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비전공자, 입문자 분들을 위해 UX디자인(링크)과 UI디자인 강의(링크)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분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진입하는 것을 봤습니다. 디자인 전공자 뿐 아니라 스타트업 설립자, 마케터, 개발자 등 정말 많은 분들이 UX/UI디자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입문을 하려고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진입을 망설이는 분들도 많았는데 공통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는 시각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


저는 저의 경험을 토대로 UI디자인이 생각보다 그렇게 겁낼 게 아니라는 부분을 말씀드렸을 때 용기를 내시고 강의 완강을 하고, 또 자신의 커리어 로드맵 단계를 묵묵히 밟아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여기서 저는 큰 보람을 느꼈는데 UX/UI디자인이라는 툴을 통해 많은 분들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뉴욕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교류를 했을 때 굉장한 실력자임에도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즉, 의미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누구든지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 분명 기회가 되는 지점들이 있다.

디자이너들마다 처해있는 회사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린 부분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테크업계에서는 점차적으로 전통적인 '워터폴' 방식보다는 '린 스타트업'이 채택하고 있고 (관련 글: "왜 린스타트업이 중요해졌을까?")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부분은 장인정신 수준으로 (UI디자인) 한가지만 전문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로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비즈니스의 큰 그림까지 함께 이해하고 관여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UI디자인의 획일, 평준화에는 분명 기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6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이고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UI디자인 입문과 피그마 툴 공부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저는 최근에 인프런에 "피그마를 활용한 UI디자인 입문부터 실전까지" 강의를 개설했어요. 기획 일만 했던 제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늦깎이로 UI디자인 입문을 하면서 시행착오들을 거쳐 얻은 인사이트들과 피그마 툴 사용방법, UI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담았습니다. 제가 늦깎이로 입문을 했던 만큼, 비전공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해볼 수 있도록 UI디자인의 기초부터 따라하여 실무에서 활용하는 고급 기능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UI디자인 입문을 생각 중이시라면 이 강의를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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