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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Aug 03. 2016

할머니 그늘

육아그림일기

계속되는 폭염에 한낮 서울이 33도 안팎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나는 에어컨이 종일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또닥또닥 자판을 두드리다가 점심을 먹으러 회사 밖으로 나와서야 '덥구나'하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재빠르게 밥을 먹고 다시 시원한 카페를 찾아들어가 아이스 아메를 들고 앉아있는다. 나에게 여름은 점심 먹으러 오가는 길에 잠시 느끼게 되는 짧은 경험치인 것이다. 그 짧은 여름과 이미 시원해진 퇴근길 여름을 합해 노곤해진 몸으로 퇴근한다. 그리고  소파에 궁둥이를 한없이 박아 넣는다. 그런 나에게 오늘도 엄마는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해 준다.


"야야. 내가 오늘 다은이를 데리고 가는데 말이야. 이렇게 양산을 번쩍 들고서는 다은이 그늘을 만들어줬단 말이지. 근데 이 녀석이 자꾸 이리저리 뛰어당기잖아. 그래서 나도 뒤따라 뛰어가는데 무릎은 시큰거리고 팔은 어찌나 저리던지. 그리고 야, 나는 햇빛을 그대로 다 받아가지구 땀이 비 오듯 흘렀단 말이야. 어이구. 정말."


그래서 나는 들러붙였던 궁둥이를 번쩍 들어 날렵하게 설거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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