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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Sep 08. 2016

오늘은 연차입니다.

육아그림일기

모처럼 휴가를 냈다. 엄마 내일 회사 안가니까 아침에 학교같이 가자 하니 '회사 선생님이 오지 말래? 하며 엄청 기뻐한다. 밤 10시가 넘었지만 이이가 잠들 때까지 동화책도 잔뜩 읽어주었다.  


아침 7시. 아침밥도 같이 먹고 나란히 손잡고 학교 가는 길, 

둘째 아이가 하원 때도 엄마가 마중 나오냐고 두 눈 초롱초롱 빛내며 묻는다. 응. 엄마가 기다리지. 하자 오늘 참 즐거운 날이라며 씨익 웃어준다. 살랑살랑 손 흔들며 아이를 태운 차가 점 하나 될 때까지 봐주고 집에 들어왔다. 밥상부터 치우고 청소와 빨래를 해치웠다. 벌써 몇 번째인지 매번 잊어버리는 거래 비밀번호를 5번이나 틀려서 결국 초기화하러 은행에도 가고 병원에도 가고, 장도 봐오니 벌써 오후 4시. 하원 시간이다. 하원 차량 앞에서 홀로 서성이는데 슬리퍼 끌고 아이들 데리러 나온 엄마들이 모여 수다가 한창이다. 나는 그 수다가 어색해 혼자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저 엄마들이 저렇게 매일 나와서 아이를 반겨주겠지.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 어색함을 깨고 차량이 도착하자 둘째 녀석이 폴짝 품에 안기며 못 참겠다는 듯 온몸을 들썩이며 말한다. "우리 엄마예요! "아이구 엄마 와서 좋구나~ 표정이 다르네 하하" 선생님이 말한다. 집에 가는 길 어묵도 먹고, 아이들 감기약 받으러 병원도 가고, 쇼핑센터에서 옷도 하나 사주고, 가을 소풍 간식을 사러 마트도 다녀오는 굽이굽이 여행하는 길. 


큰아이는 '엄마 내가 들어줄게! 난 힘이 아주 세거든' 하며 박스를 거뜬히 들어주고, 

둘째 아이는 '오늘 진짜 진짜 행복한 날이야!!!!'하며 나의 마음을 가뿐히 들어준다.  


하하. 엄마 미안해하지 않을게-. 엄마도 진짜 진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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