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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Sep 13. 2016

시퍼런 기억

육아그림일기

추석 명절이 다가와 아빠에게 다녀왔다.

할아버지 산소에 가는 것보다, 할아버지에게 드릴 예쁜 꽃을 사서 들고 가는 것이 기쁜 딸과 가는 길에 밤도 따고 도토리도 모으는 것이 재미있는 아들은 서로 앞다투어 산을 오른다. 아빠가 돌아가신지가 몇해더라... 그때 아침에 나는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평범한 인사를 했었는데... 그동안 산소가 많이 들어섰네... 포근하게 감싸줄 생화를 한가득 심고 푸르게 자라줄 튼튼한 나무를 가져와야지... 하며 중얼중얼 대다가 앞서 걸어가는 엄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찬찬히 올라가는 모습에 속상해진다. 머리 복잡하게 의미를 헤아리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고질병이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구르듯 내려와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오빠, 진달래 반 A가 내 볼에 뽀뽀했어. 6번! 나랑 결혼한데'

'뭐라고!!! 걔 잘 살아?'

'몰라?'

'치. 그것도 몰라? 옷 잘 입어?'

'노란색'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쌓여가도 시퍼런 그날의 기억은 노란 옷 입은 6살 남자아이가 내 딸아이 볼에 용감하게 6번 뽀뽀하고 결혼하자 하는 달콤한 이야기에 한순간 녹아든다.


피식- 웃음 끝에 나도 묻는다. '다은아, 그래서 뭐라고 했어?' '잘 모르는데 어떻게 결혼해? 나는 어린아이니까 더 자라야지' 하고 야무지게 대답한다. 하하 엄마 꼭 기억해둘테야. 더 자라서 널 닮은 야무진 놈 하나 골라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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