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영씨 Jan 03. 2017

나만 몰랐나

육아그림일기

크리스마스 날 아침,

얼핏 일어나 옆을 보니 아차, 아이들 머리맡에 올려둔 양말 주머니 안에 선물을 두는 것을 깜빡했다. 움직이는 기척에 큰 아이가 잠에서 깨어 머리맡을 살짝 쳐다본다. 그리곤 다시 눈을 감고 (아빠가) 선물을 놓아주기를 숨죽여 기다리는 것이 느껴진다. 다행히 둘째 아이는 아직 곤하게 자고 있다. 나는 아이를 내 품 안에 사수하고, 남편을 흔들어 깨워 신속하게 선물을 가져다 놓으라고 손짓 발짓을 했다. 잽싸게 일어나 숨겨둔 선물을 머리맡에 올려두고는 다시 이불 속으로 숨어든 것을 확인한 순간, 드라마틱하게 큰 아이가 눈을 번쩍 뜨고 선물을 껴안고는 베시시 웃는다. "다은아, 일어나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줬어!" 하고 깨우는 소리에 동생도 벌떡 일어난다. 잠도 덜 깬 녀석은 핑크색 피아노를 쥐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엄마... 나 선물 받았어... "


때 쓰면 선물 못 받는다고, 울면 선물 못 받는다고, 밥 안 먹으면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한테 전화할 거라고, 치카치카 안 하면 선물 주지 말라고 엄마가 이를 꺼라고 말했는데 선물을 받으니 신기한 모양이다.


아유, 우리 아이들 착한 일 어엄~~~ 청 많이 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셨구나아, 하자 부끄러워하며 나를 툭- 치고는, 오빠랑 함께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한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예히~~~~ 우후~~~~~"




그날 저녁, 이불 속에 파고든 다은이를 토닥이며 '선물 맘에 들어?' 하고 물으니 가만가만 나에게 속삭인다.

"근데, 엄마... 선물, 엄마가 준거야? 아빠가 준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계란 노른자가 안 깨졌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