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by 희딤

나는 먹는 욕구가 낮은 편이다. 그래서 에너지만 채워줄 수 있는 먹는 알약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엔 기분이 좋아지고, 맛없으면 안 먹는다. 그래서인지 매일 점심을 같이 하는 회사 사람들에게는 0.5인분도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배가 차면 젓가락을 내려두고 의자에 기대앉는데, 동료들은 의자 각도만 봐도 나의 배부름의 정도를 알아챈다. 나조차 몰랐던 부분인데, 다들 관찰력이 대단하다.

이런 나와는 다르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하는 친구가 있다. 맛있다고 미간을 찌푸리며 옆 사람을 툭 치기거나, 몸을 흔들며 춤추듯 즐겁게 움직이기도 한다. 맛있게 먹는 모습 덕분에 나도 한술 더 뜨기도 하고 대리 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음식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제철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 미각이 발달해 한번 맛보면 무슨 양념이 들어갔는지를 아는 사람들이 정말 신기하다. 나에게 음식을 먹는 것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어릴 적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음식이 생각이 난다. 여름철 포실하게 삶은 감자나 쌉쌀하고 달콤한 쑥개떡 그리고 된장으로 버무려진 나물 반찬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컸다면 할머니께 그 방법을 배워둘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리움만 남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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