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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May 05. 2022

이 대리, 영업해볼래?

평소에 시간이 나면 저의 강점이 뭔가 생각을 합니다. 제가 기획력이 두드러지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보고서의 문장이 수려하지도 않거든요. 나이도 많은 편이어서 밤새 일할 체력이나 열정이 남아있지 않고요. 그래도 남보다 나은 점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잘 전달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IT 회사를 다닐 때 일입니다. 저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평범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크게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딱 1인분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 날 부장님께서 저를 불러 진지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대리, 프로그래밍 재미있어요? 영업해볼래? 내가 보기엔 이 대리가 말하는 자세나 태도를 보면 영업이 더 맞는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하는데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안 나쁘거든. 그게 영업 쪽에선 엄청 강점이 된다구."


충격이 컸습니다. 먼저,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는데 영업을 권유받았다는 건 프로그래머로서는 실격이라는 뜻이잖아요. 거기다 영업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분야였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에게 영업이라니. 전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결국엔 프로그래머도 그만두게 되었죠.


그땐 부장님의 뜻을 몰랐지만 이제는    같습니다.  말투, 표정, 태도 같은 것들이 상대방에게 경계심을 줄여준다는 의미인  같습니다. 요즘 들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편안하게 들린다고. 그래서 강의를 해도  맞을  같다고들 합니다. 아마도 순하 보이는 모습과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말투에 상대방이 듣기 좋아할 만한 단어의 사용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는 중에도 어떻게 표현해야 상대가 오해하지 않고 들을까 생각하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 아내는 평소에 제가 "~"라는 명령형이 아니라 "~하는  어때"라는 권유형으로 말하는  좋아 보인다고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기회가 되는대로 제가 상대방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어떤 대화는 좋았고 어떤 대화는 안 좋았는지 정리를 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일하다 보면 똑똑한데 말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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