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자 사무관 네 명이서 의기투합했습니다. 도시 외각에 청국장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처음으로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같은 국에서 일하는 동료들이라도 평소에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이 없어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자들도 모이면 또 시끌벅쩍하더라고요. 회사에서 겪은 서운한 일이나 외국 유학 가서 즐거웠던 일들을 나눴습니다. 그중에 키가 엄청 큰 사무관님은 특전사 출신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식당도 좋았습니다.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자리 잡은 좀 낡은 건물이었는데 나름 시골의 운치가 있었습니다. 청국장과 함께 나온 상추나 양배추도 싱싱했고요. 파리가 좀 날아다녔지만 그게 또 시골의 맛집 분위기를 더 냈죠.
한참 떠들며 먹다 보니 청국장이 담긴 냄비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들 조용해졌습니다. 아뿔싸. 냄비 안에 커다란 파리 한 마리가 발견이 된 것입니다. 푹 익혀진 모습을 보아하니 청국장을 끓이는 중에 빠져서 함께 요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바꿔달라 하기엔 이미 거의 다 먹은 상태였고요. 이 상황에서 남자 네 명의 생각은 다 달랐습니다.
먼저, 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한 편인 사무관님은 파리를 보고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조용히 숟가락만 내려놓았고요. 저도 웬만하면 식당에서 불평을 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겉으로 큰 티를 안 냈지만, 우리만 들릴 정도로 앞으로 이 식당은 못 오겠다란 말만 살짝 했습니다.
이 모임을 주최하고 장소까지 섭외한 사무관님은 식당에 강력하게 컴플레인 걸어야 한다고 막 난리를 쳤습니다. 저희에게 미안하다고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하면서요. 저는 이미 거의 다 먹었으니 일을 키우지 말고 조용히 넘어가자며 말렸습니다.
그런데 파리가 나오던 말던 한창 식사 중이었던 특전사 출신 사무관님이 잠깐 멈추고 말했습니다. 뭐 시골집에서 먹으면 이런 일도 종종 일어난다며 맛있게 먹었으니 된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거기다 그 청국장에 있던 파리를 숟가락으로 덜어 내시더니 남은 청국장을 또 맛있게 먹는 것 아닙니까. 다들 그 모습을 보며 역시 특전사는 다르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