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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Oct 10. 2022

요즘 글이 뜸한 이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는 9월과 10월은 국회의 국감(국정감사) 시즌입니다. 9월에는 의원실에서 요구한 자료를 정리해서 제출해야 하고, 10월에는 국감 전날엔 국회 대기, 당일엔 국회 출장이 보통이죠. 평소 업무도 하면서 추가적으로 국감을 대응하다 보니 이 시즌에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늘어나게 됩니다. 날씨 좋은 10월의 휴일은 공무원들에게 진정한 휴일이 아닌 것이죠.


저는 다행히 국회의 관심이 별로 없는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감에 큰 영향은 없는 편입니다. 물론 퇴근 시간에 갑자기 최근 5년 치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엔 야근해야 할 수밖에 없지만, 예전에 국감 당일에 협회가 국회에서 시위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 바로 밤을 새 가며 장관 보고자료 준비했던 적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야근은 애교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바쁨의 수준이 저와 다릅니다. 국회나 언론의 관심이 매우 큰 분야에서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원래도 바쁘지만 국감 시즌에는 장난 아니게 바쁘네요. 국회 때문에 새벽 4시에 들어오는 건 기본이고, 주말에도 갑자기 사무실에 불려 나가서 요구자료를 처리해야 하더라고요. 요구자료도 시간을 넉넉하게 주지도 않습니다. 며칠은커녕 지금 바로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과장에게 직접 연락해서 자료를 당장 달라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사무관들이 출근해서 만들어야죠.


그래서 우리 부부는 지난주와 이번 주 연휴가 있었지만 아무 데도 안 가기로 했었습니다. 아내는 일 때문에 계속 사무실에 나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놀러 가지 않기로 한 선택이 잘한 것이었네요. 이런 아내를 보면 참 대견스럽습니다. 그렇게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맑은 날씨에도 사무실에서 자기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봐 집에서 대기 타고 있고.




제가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에는 항상 아내에게 먼저 확인을 받습니다. 제가 쓴 글이 논란이 될까 봐 미리 필터링을 거치는 것이죠. 한 번에 오케이하고 올라가는 글도 있지만, 대대적으로 수정이 이뤄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아내가 바쁠 땐 제가 글을 봐달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밤늦게까지 일하다 온 사람에게 나 브런치에 올릴 글 좀 봐달라고 부탁하기 뭣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적은 글의 초안들은 쌓여 가는데, 아내의 검토를 거치지 못해 글을 제대로 못 올렸습니다. (사실 아내가 보류시킨 글도 몇 개 있고요) 최근에 브런치에 글을 안 올렸던 게 다 국감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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