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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un 22. 2024

병원에 입원하면서 비서관을 그만뒀다

내가 정말 병원에 입원까지 할 줄은 몰랐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목디스크로 손까지 저린 상황이었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마침 병원을 하고 있는 의사 친구가 내 상태를 듣고선 원래라면 병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약으로 치료해야겠지만, 내가 그럴 사정이 안된다니깐 간단한 시술을 해주겠다고 했다. 당장 이 손 저림 증상만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시술을 받았고, 그 증상은 완화되었다.


시술 후 일주일 동안은 신나게 일했다. 매일 야근에 토, 일요일까지 나왔다. 그동안 밀린 업무들을 다 처리하고선 뿌듯해했다. 그리고는 일요일 저녁부터 뒷목이 따끔거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아침에 혼자서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금요일엔 서울의 좀 더 큰 병원까지 가서 MRI도 찍고 진단을 받았는데, 디스크에 감염 또는 염증의 소견이 있으니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검사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라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라고 그렇게 일이 커지나 싶었는데, 대학병원에선 감염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진단을 신중하게 했다. 며칠 동안 각종 검사를 받은 후 담당 의사 선생님이 천만다행이라며 감염 증상이 심하지 않아 수술(디스크랑 위아래 척추뼈 제거 수술) 말고 항생제로 치료를 할 수 있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지금도 나는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장기간 입원과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비서관은 곧바로 교체되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급하게 나오게 되어 짝꿍 비서관이랑 후임 비서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건강 관리를 잘 하라며 연가도 마음껏 쓰게 해 준 상사에게도 죄송했다. 하지만 담당 의사 선생님은 지금은 일보단 몸을 더 생각해야 하는 때라며, 나보고 치료에 집중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셨다.




평생 처음 입원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앉아서 혹은 서서 멍하니 창 밖의 경치를 보며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이후 처음으로 이런 여유를 가져보는 것 같다. 시간이 많으니 생각도 많아진다. 몸이 아프니 아쉬운 점들이 더 생각난다.


그동안 공익을 위한답시고 몸보다 일신경을 점도 아쉽다. 아프더라도 참고, 하던 일을 깔끔히 끝내는 모습이 더 멋지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상사가 나오지 말라 해도 굳이 오후에 출근해서 낑낑거리면서 일을 했던 내 모습이 이제는 미련해 보인다. 하루라도 더 빨리 큰 병원에 왔어야 했는데 말이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자신도 돌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과로를 하다가 어느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앞이 안 보여서 깜짝 놀랐다며, 그 후로 열심히 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선배가 불현듯 떠올랐다. 이젠 나도 선배의 말이 진정으로 와닿는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워커홀릭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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