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목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요즘 일이 많아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상사께서 휴가를 내서라도 치료를 받아라 해서 병원에 다녀왔다.
이 자리에 왔을 때 상사가 한 말이 있다. 여긴 바쁘고 힘든 자리니 1년에서 1년 반정도면 바꿔야 한다고. 그 이상 하면 병이 난단다. 실제로 전직 비서관들 중에는 몸이 아프게 돼서 바꾼 경우도 많고, 비서관 자리에서 나온 후에도 병으로 입원하신 분도 있다. 최근에 오신 새로운 짝꿍 비서관은 오자마자부터 기침을 한 달 내내 하더니 얼마 전에 목에 염증이 가득 하단 진단을 받고 병가를 내기도 했다.
나 또한 초반엔 과도한 업무와 처음 해보는 비서관 자리에 긴장을 많이 했는지, 원인 불명(?)의 위경련을 몇 번 겪었다. 주로 새벽에 발생했기 때문에 아내가 날 세종 충남대 응급실에 데려다준다고 고생이었다. 한 번은 평창에 놀러 갔다가 위경련이 발생하는 바람에 강릉에 응급실까지 간 적도 있었다.
어느 정도 이 자리에 익숙해지면서 위경련은 줄었는데, 대신 일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문서를 본 것 때문인지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은 많으면 하루에 1~200페이지 넘는 법령안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오탈자는 물론 법 체계상 이상이 없는지도 살펴보는 것이다. 넘겨야 할 종이가 많아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판검사처럼 손가락 골무를 끼고 일을 할 정도이다.
처음에 목이 뻐근하고 고개가 잘 안 돌아갈 땐 잠을 잘못자서 그런가 했는데, 점점 어깨부터 팔이랑 손까지 저려오기 시작했다. 주변에다 이런 증상을 얘기해 봤더니 그게 디스크일 수 있어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원래 병원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미루고 싶었는데, 상사가 무조건 몸이 최우선이라며 일은 걱정 말고 병원에 가게 했다. 그리고 실제로 목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처음으로 MRI를 찍었다. MRI 후기부터 찾아 읽어봤는데,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결박당한 채 3~40분을 있어야 한단다. 거기다 주변에는 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리고.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겐 촬영이 힘든 일이라길래 걱정이 되었다. 촬영 중에 움직이지 말란 얘길 들으니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고, 침을 삼키지 말라니깐 침이 입안에 막 고이던데, 하지 말란 걸 참는 게 어려웠다. 특히, 침 삼키지 말라고 그래서 꽤 오랫동안 버티다가 못 견디겠어서, 이제 침 삼켜도 되냐고 묻는 바람에 그 부분을 다시 찍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더라.
병원에서 도수치료라는 것도 처음 받았다. 도수치료사가 그러더라. 나보고 무슨 일 하냐고. 자기가 의사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몸을 만지다 보니 내 몸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데, 내 근육을 보더니 이건 운동해서 생긴 근육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가 육체 운동을 하면서 생긴 근육 같다더라. 무슨 말이냐면 근육이 긴장하고 단단히 뭉쳐 있어서 언제 허리든 목이든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단다. 당장 요가든 스트레칭을 시작해라고.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1년 내내 난 긴장하고 있었던 거 같다. 남들은 일주일에 한 번 들어가 보고하는 것도 부담된다는 그곳엘 매일 출근하고, 하루에 몇 번씩 보고한다. 때로는 30분이나 1시간의 제한 시간 내에 시키는 일을 끝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 위에 과장님이나 국장님이 없으니 내가 검토한 건 여과 없이 바로 상사에게 보고가 되는데, 허튼소리 하지 않기 위해 시킨 일은 몇 번씩 확인해야 했다. 간단한 내용은 불시에 잠깐 불러서 묻기도 하니 시간이 나면 봤던 거라도 다시 보면서 외우기도 했다.
그동안 감기도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몸을 나름 관리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나 보다. 목디스크는 충격이었다. 앞으로도 최소 두 달은 매일 야근에 주말 토일도 출근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도 능력이고 실력이다. 당분간은 잘 버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금 당장 자리를 바꿔달라고 할 순 없어도, 급한 게 정리되면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려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