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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20. 2022

공무원의 전화 예절

공무원은 전화를 걸 때도 상대방의 직급을 생각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사무관은 사무관에게, 과장은 과장에게 전화를 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그렇지 않고 사무관이 다른 부처의 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면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반대로 과장이 다른 부처의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면 무슨 외압을 넣는 것처럼 보이죠.


그럼에도 이런 암묵적인 규칙을 어기는 사례가 종종 보입니다.



#1


제가 정말 착하고 마음이 넓은 과장님과 함께 일을 했을 때입니다. 한 번은 과장님께서 사무실 전화로 뭐를 설명한다고 길게 통화하셨습니다. 옆에서 통화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상대가 우리 회사 간부나 언론사 기자도 아닌 것 같고, 국회나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누구랑 통화했는지 여쭤봤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부처 사무관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갑자기 열 받치더라고요.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과장님께 전화한 그 사무관뿐만 아니라 그걸 또 순하게 받아주신 과장님에게까지. 저는 아니 무슨 그런 경우가 있냐며 한 마디 해야겠다고 그러는 와중에 오히려 과장님께서 저를 말리시더라고요. 이건 경우의 문제라고 하며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부러 주변에 다 들으라고 크게 말했습니다.


"사무관님, 제가 궁금한 게 있다고 바로 거기 과장님께 전화를 걸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저희 과장님이 다 받아주셔서 그렇지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다음부터는 저에게 전화를 하십시오!"



#2


한 번은 주무관님이 지자체별로 자료를 취합하는데 ㅇㅇ광역시에서 너무 비협조적이라며 저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ㅇㅇ광역시 과장님께 전화를 했죠. 다른 데 자료는 다 받았는데 거기만 며칠 째 안 줘서 자료를 국회에 제출 못하고 있다며 밑에 직원 좀 잘 챙기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지자체 과장님께서 매우 공손하게 답하셨습니다.


"이 사무관님, 제가 여기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랐습니다. '밑에 사무관'에게 전달해서 빨리 자료 내라고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자체 과장이라길래 당연히 사무관이라 생각하고 (같은 5급 공무원으로서) 전화한 거였는데, 밑에 사무관이 뭐지?' 옆에 주무관님께 여쭤봤더니 광역시는 과장이 4급 서기관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길 위해 그렇게 상급자에게 큰 소리도 친다며 저를 막 추켜 세웠습니다. 저는 과장님이 5급이신 줄 알았습니다. 다시 전화로 사과하기도 그래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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