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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Feb 07. 2022

회식에서 도망가는 법

한번 회식을 하면 새벽까지 하는 과장님이 계셨습니다. 과장님께서 술도 잘 마시고 체력도 좋으셔서 저 같은 사람은 절대 끝까지 따라갈 수 없었죠. 그렇다고 특별한 사유 없이 중간에 도망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일단 초반에 열심히 술을 마십니다. 주량에 도달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요. 11시쯤부터는 눈을 감습니다. 앉아서 눈을 감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졸리기 시작합니다. 포인트는 잠이 오면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아서 잠이 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미 술도  마셔놨기 때문에 금방 잠이 옵니다.


그렇다고 누워서 자면 안 됩니다. 회식은 새벽 늦게까지 가기 때문에 대놓고 자다가 깨버리면 끝까지 따라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앉아서 잠이 쏟아지지만 억지로 버티면서 참석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말도 안 하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피곤해 보이는데 먼저 들어가라'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렇게 몇 번 하니깐 저는 술이 약한 사람, 밤 12시 전에 졸려서 들어가야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더군요. 다음 날 약한 사람이라고 놀림을 받더라도 자존심 세우지 말고 능청스럽게 '술을 잘 못 마셔서 그러니 일찍 돌아가더라도 양해해달라'라고 했습니다. 그 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새벽 전에 집에 들어가게 되었죠.


다만, 요즘은 코로나19로 저녁 회식이 많이 줄었고, 하더라도 일찍 마치기 때문에 당장은 유용하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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