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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미 Feb 12. 2024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매년 여름, 작년보다 더워짐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UN은 Global Warming 시대가 가고 Global Boiling 의 시대가 왔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도래할 때 꿀벌에 주목하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꿀벌의 조상은 말벌로 초창기엔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육식 곤충이었다. 하지만 약 1억년전, 백악기에 꽃이 등장하며 일부 벌이 꽃을 먹이로 삼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꽃의 수분매개 활동이 시작되어 꽃의 개체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꿀벌은 여왕벌, 일벌 등으로 역할이 나뉘는데 일벌은 나이에 따라 하는 역할이 다르다. 갓 태어난 일벌은 육아를 담당하고, 태어난 지 1주 정도 지난 일벌은 집짓기와 식량 분배를 한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벌집을 방어하는 경비 역할을 맡고, 태어난 지 3주가 넘으면 밖으로 나가 화분을, 채집할 수 있는 벌이 된다. 역할이 나뉘는 이유는 뇌의 크기와 기억력 때문인데, 태어난 후 일정 시기가 지나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기억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꿀벌의 수명은 태어난 시기에 따라 다르다. 한참 꽃가루를 채집해야 하는 시기인 유밀기에 태어난 꿀벌의 수명은 1~2개월 정도이다. 밀랍으로 집을 짓고, 새끼 벌을 양육하고, 밖으로 나가 꽃가루를 채집하는 등 업무강도가 높고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반대로 늦가을에 태어나 일을 많이 하지 않고 월동에 드는 꿀벌은 최대 6개월까지도 살 수 있다.


 꿀벌이 한 번 나가서 채취하는 꿀은 약 30~50mg이다. 꿀벌의 무게가 0.1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몸무게의 절반 가까운 꿀을 운반하는 것이다. 꿀벌은 하루에 7~13회, 많으면 24회까지도 밖으로 나가 꿀을 채취한다. 벌꿀 1kg을 모으기 위해서는 일벌 10,000마리가 4번씩은 나가야하는 셈이다.


 꿀벌의 ‘탄광 속 카나리아’라고도 불린다. 탄광 속 카나리아란 다가올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대상을 뜻한다. 탄광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를 미리 파악하고자 광부들은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갱도를 내려갔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는 위험요인은 야생벌에게도 똑같이 작용하고, 이는 나비 등 다른 수분매개곤충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수분매개곤충의 수를 정확히 셀 수 없기 때문에 꿀벌을 통해 유추한다. 2022년 초, 한국에서 꿀벌 전체 개체수의 16%인 78억 마리가 사라졌다.

2023년에는 141억 마리가 사라져 그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로 인해 다른 수분매개 곤충 또한 그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수분매개곤충이 없다면 가을의 열매가 사라지고 인간과 동물은 식량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이다.


 꿀벌이 사라진 것은 2006년 겨울 미국에서부터였다. 양봉가들은 진드기에 의한 질병 때문인 줄 알았으나, 건강한 모습으로 꿀을 따러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는 이전의 꿀벌 폐사와는 다른 양상이었고, 이 현상은 꿀벌 ‘군집붕괴현상’으로 불렸다.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은 기후위기, 기생충, 밀원의 감소, 농약 문제 까지 다양한 환경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밀원식물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져 벌이 동면에서 깨어나 먹을 것이 없는 일이 벌어진다. 또한 꿀벌의 기생충인 진드기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겨울이 따뜻해진 것도 문제인데, 일벌이 자기도 모르게 따뜻한 날씨에 밖에 나갔다가 다시 추워진 날씨에 스트레스를 받아 꿀벌의 바이오리듬에 혼란을 준다.


 꿀벌의 기본 식량은 꽃꿀과 꽃가루이고, 이를 채취할 수 있는 식물을 밀원식물이라고 한다. 아카시아 나무, 유채꽃, 동백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요즘 한국엔 꿀벌의 주요 밀원수인 아카시아 나무의 급감으로 인해 밀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밀원수가 꽃을 피는 시기도 4~5월에 한정되어 국내 꿀벌은 주로 설탕만 먹고 생존하게 된다. 설탕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없기 때문에 면역력 감소로 이어져 이상기온과 진드기 같은 기생충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살충제 또한 꿀벌 생존에 문제가 되는데,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물질을 원인으로 꼽는다. EU에서는 2018년 네오닉 계열 살충제를 금지했지만, 국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의 농업방식이 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네오닉과 꿀벌 폐사와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고, 세계적 추세를 따르려고 꽃피는 시기에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권고 정도로 그치고 있다. 그렇지만 농약이 꿀벌의 생태계에 위험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과거와 달리 경작지뿐만 아니라 산림지역에도 대규모로 농약이 살포되고 있어 농약 노출에 대한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즉, 꿀벌이 사라지는 데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벌집에선 진드기가 들끓고, 한국은 숲과 꽃도 부족한데, 꿀벌 사육밀도는 높아 꿀을 구하러 가면 경쟁자는 많고, 밀원수는 없는데 농약은 잔뜩 묻어 있고, 따뜻한 줄 알고 일하러 나갔는데, 추워서 벌벌떨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유휴지에 밀원수를 심어야 한다. 원래 있던 숲을 밀원수로 대체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곳에 이미 적응한 동식물이 있으니, 해당 지역에 토착 밀원식물을 조성해 수분매개곤충의 서식처로 전환하면 인근의 농업 생산량도 늘리며 밀원면적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꿀벌이 주로 이용하는 밀원수만 심는 것도 생태계의 획일화를 가져와 위험할 수 있다. 우리는 위에서 언급했던, 나비, 야생벌, 심지어 박쥐까지도 수분매개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꿀벌은 분명히 지표의 역할을 하지만, 역시나 답은 생태계 다양성이다.


 


 


 


<References>

농촌진흥청, http://rda.go.kr/webzine/2022/04/sub1-2.html

그린피스,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25762/blog-ce-bee-10-fun-facts/

유미선 외, 꿀벌질병관리센터 역할과 국내 꿀벌질병 발생 현황, 한국양봉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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