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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미 Feb 19. 2024

보호소라는 이름의 신종 펫샵

SNS에는 귀여운 동물들이 넘쳐난다.

특히 하얗고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하게 생긴 아기 강아지들은 ’좋아요‘가 넘치기에 충분히 귀엽다.

우리는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니까.


이제 이것도 한물 갔지만,

어떤 MZ(요즘은 젠지라더라?!)가 만약 나를 처음만나 SNS 돋보기를 눌러 내 관심사를 확인한다면

온통 강아지 사진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그 강아지 사진들은 두 종류로 나뉜다.

가족을 찾고 있는 유기견들과,

‘입양’을 기다린다고는 하는데, 너무 어린 ‘종’ 강아지들.


나는 분양이 아닌 입양에만 관심이 있어서 아기 몰티즈나 아기 비숑들의 사진이 내 관심사에 뜨는 것이 의아했다.

그래서 그 게시물을 눌러보았는데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이름으로 아기 강아지 사진이 가득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강아지를 들고 우유를 먹이고, 우유 먹인 후 빵빵해진 귀여운 배를 보여주는 그런 종류의 사진들이었다.


사실 여긴 보호소가 아닌 펫샵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강아지들 뒤에는 조금 큰 강아지들도 있는데, 우유를 먹고 있지만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있다.

뜬장에만 있지 않다 뿐이지 여전히 싼 값에 강아지 생산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보호소라면 돈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안락사 없는 보호소’에 문의하여 ‘입양의사’를 밝히면

결국 30만원 내외의 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사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시멘트 바닥의 시보호소에 그런 어린 ‘종’ 강아지가 있는데 입양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보호소에서 인기 1순위는 어리면서 ‘종’인 강아지, 2순위는 ‘어린’ 강아지, 3순위는 늙었지만 ‘종’인 강아지 이니까.


이상한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이 ‘안락사 없는 보호소’에서는 개를 키우다 버리고 싶은 사람이 파양의사를 밝히면 돈을 받고 파양도 받아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파양된 강아지들이 생매장된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돈은 아까우니 굶기고, 말을 안들으니 때리고, 안락사시킬 돈도 아까워서 생매장시킨 것이다.


요즘 펫샵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져서 사람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분양’했다고 말하는 것을 꺼린다.

이 심리를 이용해서 신종 펫샵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속은 척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지 말고 (최소 30만원은 내고) 입양하세요’ 라는 말에 정말 속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속을만도 한 것이 이런 신종펫샵들이 동물병원과 연계되어 있으면 더욱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지인이 동물병원에서 ‘가정 분양’을 한다는 소식에 대구까지 가서 6주령의 몰티즈를 30만원 내고 ‘분양’을 받아왔다.

동물병원을 통했다고 하니 아기 강아지가 오게 된 경로를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펫샵과 연계된 동물병원이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정기적으로 전염병에 걸린 아기 강아지들이 박스에 담겨와 진료를 받고, 그 강아지가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항생제를 한 번에 왕창 타간다.



명심할 것은,

보호소에선 파양견을 돈을 내더라도 받아주지 않고,

어리고 하얀 몰티즈나 비숑같은 종이 있을린 만무하며,

‘책임비’라는 명목하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별해야 할 것은,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서 아이를 구해서 임시보호하고 있는 사람이 입양자의 여러 조건을 물어보며 중성화 등을 요구하며 정말로 ’책임비‘를 받기는 하는데,

이 돈은 정말 동물병원에서 중성화를 하는 정도의 값이고, 진짜 ‘책임비’는 돌려준다.

(굳이 중성화를 하는 이유는 업자들이 이런 ‘종’강아지를 사가서 강아지 낳는 도구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분양을 받거나 입양을 한다는 것에 어떤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저렇게 태어난 수많은 생명이 결국 누군가 사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테니까.

하지만 업자들이 생계를 핑계로 대든, 수많은 생명을 핑계로 담보를 삼든, 이 악습의 고리는 끊어져야 한다.


더럽고, 수백마리의 강아지들로 엉켜있는 환경에서, 출산도구로 사용되는 어미의 초유 몇 번 먹고 떨어지는 새끼들은 당연히 건강하지 않다.

이 어미들은 출산 후에 우유 몇 번 먹고 몸조리할 시간도 없이 다시 임신을 한다.


반려동물을 외로움을 채워줄 수단으로,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인형 대신에 키우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속은 척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길에서 페르시아 6주령 아기 고양이를 주웠다는 둥), 몰랐다면 알고, 거르자.


지금도 고통받는 동물들이 있다.



소위 말하는, 가정분양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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