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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러너 Dec 06. 2019

42.195 마이런

생일인데 내가 달리기로 축하해줄게 / 2019 오사카 마라톤

생일을 맞은 사람은 나다

정확히는 생일 다음날 대회가 있었고 그 대회가 바로 올해의 오사카 마라톤이었다

생일 기념 셀프 이벤트로 마라톤 대회에 나갔고 선물로 메달을 받아 내 목에 걸어줬다

인기 높은 대회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대회의 참가도 추첨으로 확정됐다

참가 신청은 지난 5월에 했고 한 달여를 기다린 끝에 당첨을 알리는 축하 메일을 받자마자 바로 결제를 해버렸다

오사카 마라톤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1년 전 이맘때쯤 오사카 출장 중 우연히 그 해의 마라톤을 알리는 광고를 보게 됐다

당시의 나는 겨우 10km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을 시기였고 풀 마라톤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가쁘고 뇌가 조여 오는 느낌이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라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달리기가 싫거나 무서운 것은 아니라서 나를 대회에서 달리는 마라토너에 대입해 점점 상상을 하게 됐고

'내가 뛰고 싶지는 않지만 대회를 본다면 좋을 것 같다'라는 막연한 동경에서

'만약 내가 풀코스를 뛰게 된다면 그 대회가 오사카 마라톤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정도까지 구체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설마 대회에 진짜 나갈 수 있겠어?

그냥 하는 소리지'

아닌 척하며 발을 뺐지만 본심은 두근두근

한 번 다녀와보라고 등을 톡톡  밀어 격려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럴까?

한 번 나가볼까?


10km 바깥으로는 한 발도 더 달려보지 않았던 나의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작년, 내 마음을 흔들었던 마라톤 광고


올해의 여덟 번째 풀 마라톤 참가

정확히는 열 번 도전해 두 번은 실패했고 이제 겨우 제한 시간 내의 완주에 적응하기 시작한 가운데 올해의 여덟 번째 완주를 위해 오사카에 들어갔다

사실 내게 일본은 그리 먼 나라가 아니다

겁 없이 해외 마라톤의 대상지로 일본의 여기저기를 선택했던 것도 익숙한 곳이라 부담이 적기도 했고 마라톤에 대한 대단한  열기를 직간접으로 체험했던 경험에 기댄 결과였다

특히 이번 대회의 주로에 포함된 미도스지 대로는 관광객들에게도 익숙한 난바에서 우메다를 연결하는 오사카의 중심에 해당되는 큰 거리이고 편도 4km, 왕복 8km에 달하는 이 길을 숱하게 걸어 다녔던 진하고 쓴 기억이 있어 이 거리를 달리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혼자 기분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주로 일이 안 풀려 힘들 때 기분을 삭이느라 걷던 길이라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내 땀이고 내 무거운 고민이었던 그 길을 다른 어떤 목적이나 생각도 없이 그저 '달리기만을 위해 달린다'니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어 예전과 다른 의미로 마음이 울컥했다

그때의 그 나름의 고통을 견디는데 온 힘을 다했던 마음을 이번에는 달리는데 쏟아보자



대회 전 날 오사카에 도착했다

간사이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평소보다 한국인이 많다 느꼈는데 이 분들과 같은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서게 되면서 깨달음이 왔다

'아, 대회에 참가하러 온 분들이구나

지금부터 우리는 같은 버스를 타고 등록을 하러 이동을 하겠구나'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등록을 하고 배번도 챙겨 와야 하는데 그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일단 그냥 오사카에 도착하고 봤던 나는 이분들의 뒤에 붙어서 쪼르르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외형부터가 벌써 운동인 들이시다

대부분 백팩, 혹은 커다란 스포츠 가방을 메고 운동복에 운동화까지 스포츠인의 분위기가 물씬한 반면 나는 화려한 보라색 초대형 캐리어를 (커다랗고 귀여운 강아지 스티커도 붙어있는) 힘겹게 끌고 있으며 손에는 면세점 쇼핑백도 들려있는 대충 봐도 흔하고 짐 많은 관광객의 꼴이라 스스로 봐도 좀 어이가 없었다

이 모양새로 지금부터 마라톤 등록을 하러 가신다고요?

아니나 다를까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 없던 행사장에서 사람에 치이고 내 캐리어에 치이고 이리저리 휘둘려 가출한 영혼을 찾아 껍데기만 짐짝에 들러붙은 모습으로 흐름에 따라 이동하며 간신히 배번도 챙기고 기념 티셔츠도 받고 그 와중에 약간의 쇼핑도 하는 신공을 발휘해 양손에 주렁주렁 비닐가방을 든 채 겨우 행사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니 가방 대단해!"라는 탄성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저녁에 퇴근  후 바로 오사카로 합류할 남편의 짐까지 함께 챙겨 오느라 가방에 압사당할뻔한 나는 또 그 굴러가는 가방에 엉겨 붙은 채 환승을 거듭하고도 상당한 거리를 더 걸은 끝에 간신히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쳤다 내일 못 뛰겠는데?'

대회 전 날은 식사를 양껏 많이 해둬야 하지만 난 밥도 굶어 12시간 이상을 공복 상태로 남편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다가 초저녁 잠이 들었고 잠으로 약간의 기력을 회복한 후 다시 역으로 마중 나가 한밤중에 도착한 남편과 합류할 수 있었다

(이 양반이 퇴근하면서 닭강정을 사 왔다

짐 하나 없이 닭강정 봉투만 가볍게 들고 출국을 했단다)

함께 인천공항표 닭강정에 맥주를 마시며 내일 대회장은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가를 두고 네가 맞네, 내가 맞네하다가 오늘처럼 그냥 다른 사람들 뒤를 따라가기로 합의를 하고 새벽 한 시 무렵에서야 길었던 하루를 접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벌써 일어날 시간이다

대회고 뭐고 그냥 더 자고 싶다

그리고 눈앞에 닥치고 나니 새삼 달릴 걱정에 마음이 무거웠다

솔직히 소화가 덜 돼 배도 무거웠다

(맥주는 왜 퍼마셔가지고)

속이 더부룩해 식사도 못하겠다 싶었지만 하룻밤 사이 소화를 끝낸 남편이 새벽 댓바람부터 배고프다고 노래를 불러대 결국 우동가게로 향했는데 하필 그 가게가 밤새 노느라 영혼을 불사른 사람들이 퀭한 모습으로 해장하러 들르는 코스라 마라톤 복장이 장착된 내가 섞이기엔 상당히 언발란스한 분위기였다

입맛 없는 내 우동까지 맛있게 털어 넣고 만족스럽게 배를 쓰다듬는 남편의 손을 잡고 이제 진짜 대회장으로 가자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역으로 가니 역시 마라톤 참가자들이 있다

이제 저 사람들 뒤만 따라가면 되겠어!

그렇게 얼렁뚱땅 행렬을 따라 대회장에 도착했고 식사를 했으니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남편과는 바로 헤어지게 됐다

대회 행사장으로는 참가자들만 입장이 가능해 여기부턴 나 혼자 가야 한다

잘 다녀오라는 배웅을 받으며 비장하게 혼자 오사카성 공원의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다섯 시간 후에 만나자 남편!




출발할 내 자리를 찾기까지만 3km 정도를 걸었던 것 같다

자원봉사자들이 안내하는 대로 공원을 크게 돌며 내가 속한 E그룹의 출발 자리에 드디어 도착했다

2만 명 이상이 모인 대회이고 순차 출발이니 20분 정도는 족히 걸릴 거라 생각하며 스트레칭도 하고 쭉쭉 몸을 풀고 전날 행사장에서 구입한 완주 세트의 첫 번째 아미노바이탈 젤도 하나 까서 먹었다

약 광고에서 하는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를 확실히 경험한 이후로 시간 계획에 따라 착실히 먹고 있다

디션도 좋았고 무엇보다 한동안 따라다니던 다리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달리는 중 자유로운 스트레칭이 가능했고 대회 직후에도 통증이 없어 일상적인 움직임도 가능했다

갑자기 찾아왔던 이유 불명의 다리 통증은 운동에 대한 내 마음가짐을 바꿔놓고 교훈을 남긴 채 슬그머니 사라졌고 다신 겪고 싶지 않다는 각오로 운동 전 스트레칭에 신경을 쓰게 됐다


출발시간은 정각 9시

A그룹의 출발을 알리는 스타트 신호가 저 멀리 서있는 내 귀에도 들려왔다

시작이구나

적당히 쌀쌀한 공기, 스타트 신호에 반응하는 긴장감, 차가워진 손 끝, 그리고 환호성과 음악

마라톤의 흥분에 기분이 업되며 발끝에 집중력을 모았다

잘 다녀오자!




27000여 명의 주자들로 시작된 대회 초반은 크게 북적여 다른 사람의 발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달리기보다는 충돌에 주의하며 앞을 살폈다

넘어지거나 다쳐서 레이스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후발 주자들이 초반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몇 번 발에 걸리긴 했지만 넘어질 정도로 위험하진 않아 다행이었고 아쉽기는 하지만 체증이 풀릴 때까지 무리 없이 흐름대로 달리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럿이 달리는 경우 초반에 일렬로 함께 평화로운 레이스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뒤에서 달리는 내 입장에선 답답한 벽을 바라보듯 종종걸음을 칠 때도 있는데 이런 작은 시간이 쌓이고 쌓여 열심히 달리고 있었음에도 이번 역시  초반 5km의 기록이 31분대가 나오고 말았다


5km 지점을 지나면서 미도스지에 들어섰고 뻥 뚫린 대로를 달리며 시티런의 재미와 흥분을 비로소 만끽할 수 있었다

예전에 이 길에서 연습 달리기를 하는 마라토너들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내가 그 길을 달리고 있다니!!


시작부터  느낀 점이지만 이번엔 초반부터 조금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았었다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힘이 들지도 않았고 숨쉬기도 편안했으며 달리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스스로도 처음 느낀 기분에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했다


행복했던 순간은 15km까지 였다

갑자기 기력이 훅 떨어지며 달리기를 이어가기가 힘들어졌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역효과가 시작됐나 보다

다리의 힘도 쭉 빠졌다

일단 끊어 가기로 하고 급수대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돌렸다

간식은 어디서 먹을 수 있지?

초콜릿이나 바나나를 먹을 수 없을까?

물만 마시고 다시 힘들게 달리기를 이어가다 17km 지점에서 쉴 겸 화장실에 들르기로 했다

그냥 쉬면 쫓기는 느낌이 들고 마음이 급하지만 줄이라도 선다면 좀 조급함이 덜 할 것 같은 얄팍하지만 절실했던 쉬는 시간을 얻기 위해 기꺼이 화장실 줄로 향했다

(오사카가 확실히 지방이라고 다시 한번 느낀 점은 간이 화장실이 좌식이다

백화점이나 관광지 화장실도 절반 확률로 좌식이긴 한데  마라톤 중에 만난 좌식 화장실은 좀 당황스러웠다)

5분 정도 쉬고 나니 좀 진정되는 듯 해 달리는 주자들 사이로 합류해 다시 바쁜 걸음을 이어갔다

다행히 1km 앞에 그토록 바랬던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오사카 바나나라는 빵을 통으로 두 개, 두 번째 아미노바이탈과 이온음료로 기운을 보충했다

한 2km 정도만 참고 가다 보면 힘이 돌아올 것이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긴 했지만 무사히 위기를 넘겼고 이후 30km 지점까지는 속도를 줄이되 발을 멈추지 않는 상태로 달리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시티런이라는 이름처럼 외곽 길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는 도시 안을 달리는 대회였고 그만큼 반환점도 다채로워 이 골목, 저 골목, 오르막, 내리막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끝없이 나타나고 또 나타났다

이쯤 되니 도시 경관은(대로를 벗어난 후엔 변두리 동네길이었지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언제 이 달리기가 끝날 것인가에 온통 신경이 가있었다

30km 지점에서 다시 쉬어가기로 하고 마지막 보충제를 입안으로 짜넣었다

오사카에 대한 표현 중 'くいだおれ / 먹다 죽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마라톤 대회에서도 그 저력은 어김없이 드러나 무려 유부초밥을 먹을 수 있었다

락교에 오이절임, 양갱과 만주, 에너지바, 사탕, 바나나, 포도, 귤, 매실 등이 쏟아져 나왔고 하나만 집어 드니 더 가져가라고 손에 덥석 덥석 쥐어주기도 해 큰 배포에 은근히 놀라기도 했다

27000명을 먹이고도 남을 간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니!

이야 매력 있다


달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자원봉사자도 넘쳐 총 만여 명 정도의 인원이 투입됐다는데 도움이 필요한 곳 어디에나 그들이 었고 일본의 여느 대회에서처럼 거리를 가득 메운 응원과 박수는 고된 달리기에 큰 힘이 돼주었다


풀코스 마라톤의 진가는 30km부터라고 하지만 내 경우는 오히려 10km를 벗어난 직후에 오는 남은 거리에 대한 부담과 현타가 가장 큰 것 같다

오히려 절반을 지나면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 부담이 덜해 1km, 1km 거리를 줄여나가는데 집중하게 된다

심지어 바짝 조여 오는 쾌감이 느껴지기도 해 즐거움만 놓고 보자면 이 순간이 마라톤의 과정 중 가장 짜릿하고 재밌어 이 기분을 위해 달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1km의 정확한 거리가 체감된다

얼만 달려야 1km가 줄어들지 정확히 알게 된다

숨이 턱턱 막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거리도 점점 짧아져 포기만 안 한다면 언젠가는 피니시라인을 넘게 돼 있다

36,37,38.39km 여기 까지라면 다 온 것과 다름없다

남은 거리는 피날레를 위한 보너스라고 생각하자


40km쯤 되어 드디어 완주를 코앞에 둔 오사카성 공원에 도착했다

빨갛고 노랗게 공원을 덮은 단풍잎, 은행잎들과 파란 하늘,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열띤 박수와 응원 속에서 마지막 41km를 통과 

500m쯤을 남기고 라스트 스퍼트를 위해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 있는 힘껏 다리를 뻗으며 힘차게 움직여 피니시라인을 넘는다


나는 4시간 50분 45초로 이 대회를 마쳤다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덜 쉬고 덜 힘들어했더라면, 그래서 1분이라도 줄였더라면 좋았겠지만 그 순간은 그 나름이 최선이었다는 걸 내가 잘 아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총완주자는 26149명,

무려 96.4%의 완주율에

9553등으로 출발, 6264등으로 대회를 마쳤다

내가 낼 수 있는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질 여력은 있지만 그 영광은 다음 기회로 돌리기로 하고 이번의 완주 성공을 기분 좋게 즐기기로 했다

내 기록도 결코 나쁘지 않다

기록만 보면 '그것밖에  못 뛰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풀코스 마라톤을 뛴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서브 3, 서브 4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 있을 수 있고 특별히 폼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큰 대회를 뛰며 배웠다



달리는 중 15km를 조금 지나 힘이 완전히 빠졌을 때 달리기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어 풀코스는 그만둬야 하나 라는 고민을 했었다

마음먹은 대로 안된다고 생각하니 의기소침해지고 몸은 몸대로 힘들어서 진심으로 그만둘 직전까지 흘러가던 의식을 붙들었던 것은 옆을 달리던 모르는 사람의 신음소리였다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나보다 더 죽어가던 낯선 러너를 보자니 힘든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바닥, 이 근처에 있는 사람은 다 비슷하게 힘들다

(실제로 중반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다 동시에 들어온 사람도 여럿 있었다)

'여기에 안 힘든 사람 없다'

나도 힘들었을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었을까


이번 대회엔 한국인 참가자가 정말 많았다

우리 대회에서 익숙하게 봤던 팀 셔츠를 입고 달리는 러너도 있었고 누가 봐도 한국사람이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대한민국, 혹은 태극기 패치를 장착한 분들이 많아 그 사이에서 달리며 뭔지 모를 안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 외 중국인, 대만인, 홍콩인 참가자들도 많았는데 (미묘하게 다름을 구분해내는 내가 대단하다) 홍콩 참가자들이 피니시 라인 카메라 부근에서 '프리 홍콩' 인쇄물을 펼쳐 보였다

저걸 보여주려고 다섯 시간 가까이 참고 달렸구나 싶어 대회가 끝난 후에도 가볍게 잊혀지 않았다


대회 다음날 올라온 대회 영상에서 내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모습을 찾아봤다

멀리서부터 양 팔을 넓게 펴고 좋아서 날 듯이 달려들어오는 모습에 당시의 개운한 쾌감이 지금 눈앞의 일 인것처럼 새롭게 펼쳐진다

마지막 한 발을 디디는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대회 하나하나를 게임하듯 클리어하는 동안 달리는 능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1년 전의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했던 달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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