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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Feb 07. 2020

이 세상 모든 '엘리'를 위하여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https://www.youtube.com/watch?v=Gs3s5uQYavA

출처(tvN D ENT 유튜브 채널)


   나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 드라마의 굉장한 애청자였다. 평소 임수정 배우님을 좋아해 보기 시작했지만 스토리가 매우 흥미로워 푹 빠져 본 드라마였다.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가장 마음 아팠고 공감이 많이 됐던 장면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계속 보게 되는 장면이다.     



엘리: 만약 저희와 함께 하신다면 연재 한 달 전부터 매주 웹툰 메인 페이지에 작가님 작품으로 프로모션을 계획 중에 있는데요. 이게...

김백작: 배 팀장이 설명해주시죠.

타미: 프로모션은 엘리가 준비한 거라서 엘리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작가님 팬이거든요.

김백작: 업계 최고랑 계약 얘기하러 나오셨으면서 신입사원이 짠 프로모션 얘기를 내가 들어야 합니까? 아...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 했는데 번듯한 가방 하나 못 들고 옷 하나 제대로 못 갖춰 입은 신입사원이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있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이 모든 게 센스인데?

타미: 가방이 낡으면 업무에 차질이 생깁니까?

김백작: 뭐라 그랬어요?

타미: 옷을 못 갖춰 입으면 대가리가 안 돌아갈까요?

김백작: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타미: 이 친구 이력서, 자소서, 토익, 인적성, 면접 단 하나도 안 보고 제가 데려왔어요. 우리 같은 대기업에서 스펙에 상관없으려면 어느 수준의 센스를 가져야 입사할 수 있는지 짐작은 가세요? 업계 최고? 그쵸. 이 친구가 작가님 같은 업계 최고의 작가는 못 되겠죠. 근데 작가님도 이 친구 같은 업계 최고 사원은 못 되세요. 미팅도 업무인데 업무 센스가 없으셔서.


   

   일단, 김백작. 대사 하나하나가 아주 맘에 안 든다. 그러나 생각보다 저런 사람이 많을까 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틀린 말은 없지만 그걸 굳이 앞에서 마음을 콕콕 쑤셔가며 얘기를 해야 할까. 프로모션 얘기 하나도 안 듣고. 그리고 누구에게나 가장 초라하지만 열정만큼은 지지 않았던 초년생 시기가 있다. 김백작도 분명 그런 시기가 있었을 거고. 말해봤자 화만 더 나니 김백작 얘기는 여기까지 해야겠다.


   나는 누구보다 이 장면에서 엘리에게 몰입이 되었다. 평소 팬이었던 웹툰 작가와의 업무 미팅이라니. 신난 엘리의 모습을 보며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왜 하필 가방 끈이 저때 끊어졌을까. 하늘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타미 앞에서,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 그런 수모를 당했다는 것도 창피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업무를 망쳤다는 점이 가장 마음이 아팠을 테다. 조직에 피해를 끼쳤다는 점.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인가. 모든 사회 초년생이 겪는 아픈 시절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면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돌아온다 그러지만, 아직 공감이 가지 않는다. 몇 년 후에 생각해도 그 시절의 내가 안쓰럽고 마음이 아플 거라 생각한다.


   타미는 정말 멋진 어른이다.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세상에 저런 상사가 있을까. 업계 최고의 작가를 앞에 두고 팀원을 챙기는 자신감도 부럽고, 할 말 다 하고 업무를 마무리하는 프로 정신도 멋있고. 드라마를 보면서 타미에게 반했다. 그러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타미 같은 멋진 어른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당하고 팀원을 챙길 줄 알고 틀린 소리 안 하는 멋진 어른.

  


(타미는 자신의 가방과 엘리의 가방을 바꾼다.)

타미: 받아요.

엘리: 네?

타미: 20대는 돈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사회 초년생들이 왜 무리해서 명품백을 사는지 알아요? 가진 게 많을 땐 감춰야 하고, 가진 게 없을 땐 과시해야 하거든요. 엘리는 직급도 경력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요. 그럴 땐 몸집을 부풀려야 하는 거예요. 나도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이 그래요. 투쟁할 수 없으면, 타협해요. 그리고 이런 세상 만드는 데에 내가 어른으로서 가담한 것 같아 미안해요.


   대체 타미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 자신의 가방과 엘리의 가방을 바꿔주다니. 그리고 이 장면을 연출해주신 분의 센스에 놀랐다. 엘리와 타미의 소지품 차이 디테일까지...

   타미는 틀린 말 하나 없이 진실만을 말하며 엘리를 위로한다. 서툰 충고 대신 마음에서 나온 조언으로, 거짓 대신 진실된 마음으로. 타미 얘기를 듣고 울지 않을 사회 초년생이 있을까 싶다. 마지막 엘리가 버스에서 오열하는데 나도 같이 오열했다.

   투쟁할 수 없으면 타협해라. 가장 현실적인 말 아닐까. 누군가는 투쟁한다. 그러나 그럴 용기가 없을 경우, 타협해라.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하는 대사였다. 정말 저런 직장 상사가 있을까 싶지만, 꼭 조직에서가 아니라 나도 누군가에게 진심의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우리는 모두 엘리였다가 타미가 되어간다. 가장 무모했지만 열정이 가득했고 도전적이었던 시절. 초년생 시절을 넘어 "타미"를 향해 숨차게 달려간다.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의 마지막은 타미일까. 지금처럼 한 발자국씩 내딛으면 그 끝은 찬란할까. 그렇게 믿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이 세상 모든 '엘리'를 위해 말하고 싶다. 우리도 타미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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