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_봄의 동선
얼다 만 동백꽃에 입김을 불어내면
바람이 묵직하게 내 얼굴을 쓸고 간다
곧 바뀔 계절의 밀도를 가만히 놓아두라고
가시 돋은 손가락이 꽃잎을 짓이기면
초록이 품은 볕이 가시를 녹여내며
버거운 숨은 고르라고 손끝을 매만진다
당신이 남기고 간 단어들이 도망간다
등대가 밤새도록 발자국을 숨겨준다
익숙한 새벽의 진동이 숨마다 떨려온다
파도가 밀어내도 매 순간 그리웠다
눈동자에 섬들을 그려넣고 기다렸다
한 많은 우리의 밀회가 이곳에서 펼쳐지기를
_이나영 시인, <봄의 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