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 속 설렘이 일렁이면
결혼 후 같이 산 지 이제 3달이 되었다. 연애 기간은 7년이 가까웠지만, 같이 산 건 이제야 100일 남짓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같이 자고 일어난다는 게, 때마다 같이 끼니를 먹는다는 게 신기할 때도 있다. 워낙 떨어져 살던 기간이 있기도 했고, 낯선 곳에서 이렇게 살게 된 우리의 지금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이상하게도 남편은 결혼 전보다 결혼 후인 지금 나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예전보다 애정표현도 더 많아졌고,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배려를 하는 모습이 더 많아졌다. 가끔 옆이나 뒤에 누워있는 나를 보며 귀엽단 표정으로 돌아보곤 하는데, 그 때마다 나도 설레는 걸 보면 행복에 겨운 신혼 생활이 맞는 것 같다.
그가 나를 부르는 애칭으로 난데없이 불러대고, 내가 "응!" 하고 대답하면 그는 내 볼을 두 손으로 눌러서 내 얼굴을 찌그러뜨린다. 그것이 그만의 애정표현인 것이다. 처음에는 얼굴이 찌그러지는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건만, 그가 찌그러뜨린 내 얼굴을 요리조리 만지면서 망가지는 얼굴을 보는 게 재밌어서 자꾸 부르는 것임을 알게 되고 나서는 그에게 얼굴을 그냥 내맡겨둔다.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그가 원하는 내가 되어주면 된다.
그는 무엇이든 내가 주체가 된다. 여행을 가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으로만 구성하려 노력한다. 카페에 가는 것이 크게 내키지 않는 그의 성향이지만, 내가 좋아하니 꼭 한 번씩은 들러서 좋은 곳을 함께 누리려 한다. 파워 J형인 그는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고, 계획에서 뭔가 변동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내가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내켜하지 않는다면 곧장 계획을 바꾼다. 그런 그의 배려와 사랑 덕분에 그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여전히 설렌다. 사랑 받고 있음이 많이 느껴져서.
그는 내가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덕분에 낯선 지역에서 서로에게만 의지해 지내고 있지만 외롭다거나 고독하다는 느낌이 아직까지는 전혀 들지 않고 있다. 새로운 무엇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만약 잘 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만 같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할지라도 지금 서로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이곳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그간 살던 삶의 방식과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 곳에서 산다는 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쉬운데,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더 설레어서인지 제법 잘 헤쳐나가고 있다.
익숙함 속에서도 설렘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와 함께 지내며 알게 되었다. 늘 새로운 것만이 설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설레는 것도 있다는 것을. 자다 깬 모습도, 밥을 먹다 흘리는 모습도, 손톱을 깎는 모습도 함께 지내지 않으면 몰랐을 그의 장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나날들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