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동체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요즘 우리 부부에게는 서로의 경제관념을 맞추어가는 것이 큰 화두 중 하나다. 연애한 지는 오래되었어도, 같이 산 지는 3개월 된 우리이기에 '경제적 공동체'로서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나는 12년 간 혼자 살아왔던 사람이라, 혼자 벌어서 혼자 쓰는 생활이 익숙하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저축과 재테크를 통해 여행이나 취미 활동 등으로 나에게 투자하는 돈을 잘 소비해왔다. 반면 그는 형편이 어려운 편이 아니었음에도 최대한 아끼는 방향으로 항상 살아왔던 사람이었고, 절제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다. 그런 우리가 앞으로 평생을 같이 살게 되니 맞출 부분들이 꽤 많을 수밖에.
남편은 언제나 알뜰하게 생활해왔다. 술은 집에서 나랑만 마시고, 담배라곤 펴 본 적 없는 사람인데다 먹는 것에 크게 기호도 없는 편이다. 교도관인 덕분에 옷은 근무복을 위주로 입고 다녀서 계절마다 바지 몇 개와 티셔츠 몇 장으로 생활하곤 한다. 게다가 휴대폰 요금은 알뜰폰으로 네비게이션을 쓸 때 말고는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고, 커피에도 취미가 없어서 커피믹스면 된다고 한다. 자신에게 쓰는 돈은 항상 최소로 사용하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그 돈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다는 것이 그의 아주 큰 장점이다. 더군다나 나에게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 해주려고 하는 그이기에, 그 모습이 참 고맙다.
그런 그가 연애할 때는 궁상스럽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같이 살아가다 보니 그런 면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실 공무원의 연봉이 혼자 벌어서 둘이 먹고 살기에 충분한 건 아니기에, 우리가 함께 이곳에 오기로 결정하고 나서 앞으로의 경제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꽤 고민이 많았다. 지금은 짧게나마 일을 하게 되었지만, 이전에 벌던 만큼의 수입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 수입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에 아이 계획도 있으니 어떻게 소비를 정해야 할지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했다. 다행히 알뜰한 그의 경제관념 덕분에 고정비를 꽤나 많이 줄일 수 있었고, 나 역시 그와 함께 살기 위해 알뜰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점차 더 알게 되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부모님이 지역화폐나 제로페이를 잘 이용하시는 덕분에 지역 내에서 소비할 때에는 대개 10% 감면 혜택을 잘 받으셨는데, 나 역시 이곳에 살게 된 후 지역화폐를 매번 구입해서 차를 고칠 때나 운동을 할 때 등 잘 이용하면서 고정비를 줄이고 있다. 외식을 할 때나 장을 볼 때에도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한 곳을 일부러 찾아간다. 이전에는 그냥 쓰면 쓰는 거지, 하는 생각으로 귀찮다고 넘기는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대체적으로 계획하고 소비하려 노력한다. 변화해가는 나를 보면서 그는 내심 뿌듯해하는 표정이다.
우리가 조율하고자 하는 상황들은 대부분 큰 일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시간 절약이 더 중요하거나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택시를 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택시 이용을 지양하자는 그의 의견이 대립될 경우 정도. 대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는 자기가 혼자 있었다면 절대로 택시 이용을 안 했을 사람이다. 항상 소비에 더 유연한 편이 나라서, 오히려 그가 가끔 내 눈치를 보곤 한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닐 텐데 자신 때문에 괜히 바뀌어가는 것일까 하는 표정으로.
하지만 우리가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에 아껴서 나쁠 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더 따라가보고자 한다. 그도 나를 위해 쓰는 돈에는 전혀 아까워하지 않으니까. 가족이 된다는 건 '경제적 공동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풍족한 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임을, 함께 알뜰살뜰하게 모아가는 재미로 불려가는 것 역시 우리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가 향할 수 있는 행복의 방향으로 우리만의 보폭으로 걸어가면 그 삶은 충만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