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부분도 귀여운 사람
교도관인 남편은 일할 때 근무복을 입는다. 근무복은 말 그대로 '근무복'이어서 민간인들에게는 보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되도록 출퇴근 시에는 사복을 입고 다니고 일할 때만 근무복을 입곤 하는데, 퇴근 후 남편이 근무복을 걸어둔다며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꺼낼 때마다 피식 웃음이 터질 때가 많다. 그건 바로 남편이 근무복 주머니에 담아오는 것들이 너무 귀여워서다. 그 귀여운 것들이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초코파이, 휴지에 싸온 건망고, 초콜릿, 한라봉, 요거트, 우유 등.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어딘가 여행을 다녀오며 사 오신 것이나, 감사의 의미로 준 것이라던가, 때로는 식사 때 나온 디저트류도 그의 주머니에 들어가곤 한다. 집에 있는 나를 먹이겠다고 싸온 것들이 그의 주머니에서 나올 때면 피식 웃음이 나다가, 언제나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에 귀여웠다가, 또 자기가 먹지도 않고 나를 주겠다는 마음에 순간 감동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게 뭐야?" 하고 묻는 내게 "버미(애칭) 먹일려구!" 하는 남편. 나는 "우와! 고마워! 잘 먹을게!" 하고 매번 웃어보이고, 그도 따라 웃는다. 그럴 때면 행복 별 거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나눠먹고 이야기하는 거지 뭐.
여럿이서 나눠먹던 건망고도 맛있었다고 꼭 하나는 휴지에라도 싸 오는 그가 참 고맙다. 그 건망고가 조금 더 말라있어도 맛있었다. 나를 생각하며 주머니에 넣는 그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웃게 되고, 평소 우리가 직접 사 먹지는 않는 것들이라 오! 하면서 싸왔을 그를 생각하니 또 귀여웠다.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뭐 별 다른 게 있을까. 맛있는 거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면 그게 사랑이지.
얼마 전 남편이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체육대회 중에 다리를 다쳐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놀라서 달려간 병원에서 그는 내게 또 새우튀김과 고로케가 담긴 박스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와중에 뭐 먹을 걸 챙겨오다니 무슨 정신인가 싶었지만, 저녁을 놓칠 나를 생각해서 싸왔다는 그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집에 돌아와 혼자 저녁을 먹으며 튀김을 바라보다 또 피식 웃음이 났다. 다리에 깁스를 해야 하는 와중에도 내 밥을 생각할 수 있다니.
그의 주머니와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있던 그건 맛있을 테다. 나를 생각해서 챙겨온 것들일 테니. 그것들을 챙겨오는 그에게도, 나에게도 사소한 것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끼며 살겠지. 그 사소한 소중함을 놓치지 않도록 더 표현하고 더 웃어보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