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몰라. 모르겠어. 나도 갑작스러워. 어제의 나랑 오늘의 내가 달라진 건 없어. 그냥 한 밤 푹 자고 일어났을 뿐이잖아. 근데 그냥 이런 마음이 들더라니까. 내 마음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찾아보려고 노력해도 머리가 어지러워. 일단 밥이나 먹어야겠다 하고 밥 잘 먹고,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지. 허 참. 근데 웃긴 게 뭔지 아냐? 아니 글쎄 멍하게 서서 따듯한 물 맞고 있는데도 모르겠다는 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인데, 내가 제일 편한 순간이라고! 근데 그때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더는 생각 않고 그냥 나왔어. 더 이상 알아보고 싶지 않아서. 지금은 뭔가 떠오를 거 같지도 않더라고. 야 솔직히 너도 한 번 생각해 봐. 내가 가장 좋아하고 편한 시간에 뭔가가 떠오르지 않았으면 끝이지 뭐. 그렇지 않아? 그래서 그냥 학교나 가야겠다. 학교 가서 한번 생각해 보지 뭐 한 거야. 이게 공부보다 중요한 문제다 하면서. 이건 내 인생에 관한 거니까. 근데 방금 네가 말 걸 때까지도 못 찾았어. 보통… 사람이 몰입을 하고, 하나의 생각만 하면 뭐라도 알아내기 마련이잖아. 심지어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수학문제도 몇 번 연구하다 보면 희미하게라도 알 것 같은데. 와 이건 장난 아니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르겠어. 어쩌면 꼭 찾아야 하나 싶어. 생각을 해서 생각이 안 나는 거지. 그래서 생각하지 않기로 해보려고. 생각하는 것이 생각나는 것과는 완전 다른 문제잖아. 그냥 애초에 없었던 것 일수도 있지 않을까. 존재하지 않는 거지. 아 몰라 몰라. 방금은 너무 깊이 들어간 거 같아. 나 머리가 또 아파지려고 해. 일단 지금은 좀 생각을 멈춰야겠어. 대신 내가 뭔가 알아내면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줄게. 일단 지금은 이렇게 정리하고 싶어. 나도 뭔가를 시원하게 내놓고 싶은데. 나도 내가 답답하다. 아니 뭐 내가 자고 있는 방에 와서 큐피드가 화살이라도 쏜 거야 뭐야. 아 또또 나 버릇 나왔어. 으아.. 몰라. 그냥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