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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by 노용우

산은 모든 것이 구불구불하다.

자연은 원래 그렇게 생겼나 보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은 모두 직선이고 날카롭게 각이져 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 좋다.

동시에 자연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날카로운 것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연은 모든 것이 구불구불하니 유하다.

어른들이 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일까 조심스럽게 한 발씩 땅을 디디며 생각해 본다.

조금 숨이 차고.

몸을 둘러싼 옷 안이 후끈후끈 해질 때쯤 정상에 도착했다.

힘든 산행은 아니었지만

집에만 있지 않았단 점,

시간을 죽이기보다는 움직였다는 점,

하루에 하늘을 적어도 5분은 올려봤다는 점,

체온을 올렸다는 점,

무엇보다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꽤 뿌듯한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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