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함과 낯설음의 경계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

by 나홀로 후키맘

얼마 전에 있었던 영국 여왕의 둘째 손주 해리와 그의 용감한(?) 부인인 메간이 미국의 유명한 앵커이자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와의 인터뷰를 한 사건은 비록 영어권 세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이곳 매스컴에서도 인터뷰 전에 계속해서 광고를 했었는데 평소에는 텔레비전을 잘 시청하지 않는 이곳의 노인들도 이 날 만은 약간은 긴장을 하면서 인터뷰를 시청하였다.

보통은 영국 왕실에 관한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는 영국 왕실에 대하여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곳 노인들은 언제나 한국 방송만 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내게 오늘 몇 시에 하는 프로그램을 꼭 시청하라고 몇 번씩 알려주고 다음날에 만나면 프로그램을 설명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었는데 이번 인터뷰에 관해서는 전혀 귀띔도 하지 않고 마치 무관심하다는 식의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방송 후에 만났을 때도 인터뷰에 관해서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아마도 누구나 인정을 하는 부분도 있었을 테고 아무리 나와의 관계가 돈독해도 피부 색깔이 다른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엔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면서 참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을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 내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보니 100세가 되어가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이자 시아버지인 필립공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와중에 며느리가 웬 인터뷰를, 그것도 미국 언론과 했냐고 언짢아할 뿐이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어쩌면 친 자녀들 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냈어도 서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어떨 수 없는 듯하다.


인터뷰와 함께 다시금 시행됐던 롯다운으로 조금은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들에게 새로운 흥미 거리를 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아메리칸 컵 요트 레이싱 경기다.

코로나로 예상보다는 적은 나라가 출전한 제36회 아메리칸 컵 요트 레이싱 시합이 뉴질랜드에서 개최되었는데 시합이 있는 날 요트 레이싱을 관람할 수 있는 지역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교통 체증이 일어나곤 했었다. 요트 레이싱이라는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 선 이 경기를 뉴질랜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매일 중계를 했다. 보통 뉴질랜드 스포츠 앵커들은 비교적 점잖게 중계를 하는 편인데 요트 레싱 경기는 앵커가 흥분한 목소리로 꽤 오랜 시긴 동안 박진감 있게 진행을 하는 것이 특이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대부분의 노인들은 요트 중계를 보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 요트라는 게 이곳에서도 생각보다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고 조금은 여유로운 사람들이 즐기는 편이고 노인들은 경기 룰도 잘 몰라서 결과 만을 이야기하는 편이어도 그들은 너무 즐거워했다. 특히나 이번 이탈리아와 맛 붙은 결승전은 아주 스릴 있게 진행이 되다가 뉴질랜드가 우승을 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 응원하고 기뻐했다.

항상 이곳 노인들과 대화를 하려고 할 때 이야기할 주제가 한정이 되어 있어서 고민하곤 했었는데 매일 요트 레이싱 이야기로 거의 한 달간은 쉽게 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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