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로맨틱 ep.2

by 이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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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시리즈로 크게 성공을 거둔 후, 유명 여성 월간지 잡지사에 에디터로 스카웃 됐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일도 녹록지 않았다.

“자기, 잠깐 내 자리로 좀 올래?”

안 좋은 소리를 할 때나 뭔가를 지적할 때만 나를 ‘자기’라고 부르는 상사였다. 불길한 느낌을 감지하며 오늘은 어떤 일로 내가 또 ‘자기’가 됐을까 생각했다.

“조희 씨, 자기 글은 너무 현실적이야. 여자들은 달라. 어떤 ‘낭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 잡지를 사는 거지, 구질구질한 현실을 깨닫고 싶어서 이 두꺼운 잡지를 사는 게 아니라고.”

“아, 낭만.”

“자기는 로맨틱이 부족해, 좀 더 로맨틱하게, 그렇게 못 해?”

아, 또 로맨틱 타령이네. 빌어먹을 로맨틱. 이쪽 업계는 정말 로맨틱이 밥 먹여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머지않아 로맨틱이 내 밥을 먹여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나도 물러서지 않고 나름 소신 있게 발언했다.

“아니, 추상적이고 뭐고 그런 거 상관없다니까? 허황해 보일 정도로 대단하게 묘사해. 예쁘고 아름답게.”

그건 독자를 속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 유쾌하지 못했다. 알맹이는 부실한데 포장만 휘황찬란하게 해 놓은 백화점 사은품이 떠올랐다. 나는 적어도 내가 쓰는 글이 그런 포장지 역할이나 하길 바라지는 않았다.

“자기 그게 판매 부수랑 얼마나 직결되는지 모르는구나.”

판매 부수와 직결되는 로맨틱. 빌어먹을 놈의 로맨틱.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상업성과 로맨틱의 만남은 무서웠다. 포장지가 화려할수록 기대감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듯, 로맨틱한 문장으로 상품을 묘사할수록 광고가 물 밀듯이 들어 왔고, 판매 부수가 올랐다. 판매 부수가 오르니 선순환으로 또 광고가 늘었고, 광고가 짱짱하니 회사 매출이 역대급으로 성장했다.

그 다음부터 나는 말도 안 되는 묘사들로 가득한, 되지도 않는 수식어들로 득실득실한 글들을 써냈다. 그 이후 그녀에게 ‘자기’로 불리는 일이 급격히 줄었다. 어느 날 편집장은 말했었다.

“조희 씨 많이 늘었네. 봐 봐.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지금까지는 왜 그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