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이 May 19. 2024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어요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분명히 있어요. 그 오답은 '다름'이 아니라 '틀림'인 거예요.

그런 '틀림'까지 '다름'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합리화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랑 만나는 건 시간 낭비라 생각해요. 저는 그런 시간이, 아까워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친구가 참 똑똑하네.

맞아, 그치. 분명히 틀린 건 있는데 그런 것까지

다 '다르다'는 그들이 논리로 포용하고 존중할 필요는 없는거지.

지금까지 나는 '다름'이란 면죄부로 너무 많은 '틀림'을 그저 어물쩡 넘어가버린 건 아닐까, 되짚어 봤다.


정해진 정답은 없을지 몰라도 분명한 오답은 있다.






버스 바로 앞자리에 아빠로 보이는 한 남자와 5살 남짓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타고 있었다.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오랜만인지 한껏 들뜬 아이가 계속 조잘조잘 얘기를 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행복해보여 넋놓고 그저 보고 있었다.


"아빠, 악어는 눈이 약하고 상어는 코가 약하대."

-그래?

"응! 그래서 나는 악어를 만나면 눈을 찌르고, 상어를 만나면 코를 찌를거야."

결연한 의지의 눈빛이었다.

그걸 들은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아이에게 말했다.

-니가 눈이나 코를 찌르기 전에 네 팔다리가 악어랑 상어 입 속에 들어가고 말거야~

"......"

-그러니까 그럴 땐 무조건 빨리 도망가야 돼.


따스하고도 살벌한 참교육(?)의 현장을 목도한 순간이었다.






일을 한다. 일을 안 할때는 독서, 운동, 어학공부, 영화감상, 지인 만남, 데이트를 한다. 단순하다.

30대는 거의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언니 갓생 브이로그 같은거 해 봐!"

-안 돼, 그럼 열심히 살아야하잖아.

"언니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사는데?"

-나 별로 열심히 안 사는데.

"언니 기준 '열심히'면 과로사 하지 않을까. 언니는 기준이 너무 높아."


열심히 산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높다.....? 그런가.

어른이 될 수록(?)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책임져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자산관리도 인간관계도 개인적인 성장과 반성과 공부도 스스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점점 남들의 사사로운 일에는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 열심히, 바쁘게 무언가를 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참 쉽지 않다. 난 아직 스스로 '열심히 산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좀 더 성실해야할 것 같은데. 정말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성실'이 제일 어렵다.






"넌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랑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진짜 친구."

-응. 왜 안돼?

"친구 비슷한 건 될 수 있어도 진짜 친구는 안 되더라."

-왜?

"그냥 적당히 거리 두는 게 편해. 탈 없고."


물론 그 의견도 존중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도 난 여전히 충분히 어른이 되어서도 새로운 친구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 쪽이다. 사람은 혼자일 때 가장 평온하지만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까.


사람은 너그러워지면 나이든 느낌이 나는 것 같다. 관대해진달까.

나이 먹을수록 절대 안되는 게 없어진다. 절대 이해 못하는 것도 없어진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럴수도 있나보다 한다. 간혹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저런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만다. 그게 에너지 소모가 적다.






왜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면 모든 장점들은 결국엔 단점이 되고 마는걸까. 그렇게 귀결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런 루트라도 있다는 듯이. 제일 매력적으로 보였던 점이 제일 꼴보기 싫은 점으로 탈바꿈하는 과정. 섬세함은 결국 예민함이 되고 관대함은 결국 우유부단함이 되고 융통성은 결국 변덕이 되어서 그렇게 치명적인 결함으로 변하고 마는걸까. 반대로 모든 단점이 장점이 될 순 없는걸까.






고등학교 때 오답노트를 만들었던 것처럼 인생의 오답노트를 써내려 간다. 이건 잘못된 선택이었어, 이건 아닌 거야. 그렇게 오답을 선택했던 원인을 분석하고, 접근법을 수정하고 사고체계를 재정비한다. 같은 문제를 또 틀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때 그 시절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때의 오답노트와 인생 오답노트의 다른 점은 그땐 분명한 정답이 있었고, 인생은 정답이 없다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