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리가 딱딱 맞는 날이 있다. 아다리의 어원은 일본어 '아타리(あたり)'로 명중, 적중, 부딪침, 당첨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통상 어떤 상황이 기대에 딱 맞아 떨어질 때 '아다리가 맞다'고 한다. 어감이 다소 경박(?)스러워 보일 수 있어 처음에는 이 표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또 다른 표현을 쓰자니 이 정확한 어감을 전달할 수 없을 때가 있어 가끔 쓴다.
횡단보도에 멈춰서자마자 초록불로 바뀌는 신호등, 빵 집에 갔더니 마침 갓 구워져 나오는 빵,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약속을 취소하려 하는데 마침 야근하게 됐다고 만남을 미뤄야 겠다는 친구의 연락 등등 일상 생활에서 아다리가 맞는 순간들이 종종 발생한다. 물론 흔치는 않지만, 생각보다 자주 있다. 이런 마침맞은 순간들은 그날 하루 전체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연락을 해야지, 해야지, 하고 계속 생각만 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순차적으로 먼저 연락이 왔다. 우연인지 이런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는 몰라도 이제 필요한 연락은 다 왔다. 필요한 말도 다 했다.
스타벅스의 신메뉴 '헤이즐넛 오트 아이스 쉐이큰 에스프레소(이름 참 길다)'를 마셨다. 첫 모금을 딱 마시고 충-격! 너어어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고소하면서 은은하게 달고 헤이즐넛과 오트밀크는 넛츠의 풍미가 살아 있어 잘 어울렸다. 너무 내 스타일인데 8월 29일까지만 마실 수 있는 메뉴라고 한다. 없어지면 어쩌지...벌써 아쉽다. 헤이즐넛 오트 어쩌구 영원히 팔아주세요, 제발.
-자주자주 연락주세요. 언제든.
누군가 나랑 밥을 먹고 헤어지면서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저런 말을 한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를 생각하다 새삼 놀라고 말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야지, 그냥 말로만 끝나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해서 그런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제든 연락달라, 그런 말을 했던적이 있기는 한건지 까마득했다. 정말 일상적인 말인데 상당히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졌달까. 물론 언제든 자주 연락 달라고 한다해서 내가 시도때도 없이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부담없이 연락달라는 뜻으로 한 말 일테지만. 말만으로도 참 감사한 말인데, 나는 후배들에게 "자주 연락해, 언제든!" 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그냥 자는 것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정말이지 그답다. 근데 그말도 맞다. 진짜 행복할 때는 과거를 곱씹고 두리번 대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그저 앞으로 앞으로 치고나간다는 말. 정말 그런 것 같다. "명상도 산책도 성찰도 반성도 하지말고 자기가 싫을 땐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고 잠을 자라."는 말에 밑줄을 그으면서 옆에 작게 'ㅋㅋㅋㅋ네'라고 써넣었다.
요즘 얼박사의 매력에 빠졌다. 얼박사는 '얼음+박카스+사이다'를 섞은 음료다.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기력이 떨어질 때 마시면 아주 정신이 번쩍 들면서 피로 회복도 되고 최고다. 찜질방에서 식혜보다 더 잘 나가는 음료라고 하던데 나는 왜 이걸 이제야 알았는지. 얼음을 가득 넣은 컵에 사이다와 박카스 한병을 넣고 섞어주면 끝! 한여름 밤에 샤워를 마치고 얼박사와 함께하면 그 순간만큼은 낙원이 부럽지 않다.
얼박사를 언제든 만들어 먹을 수 있으려면 사이다와 얼음과 박카스가 상시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박카스는 타우린 양에 차이가 있어 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약국에서 구매한다. 주변 약국들은 다 토요일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집근처 새로 들어선 건물 1층에 약국이 들어왔다. 그런데 일요일도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게 아닌가. 얼씨구 좋다구나 하면서 들어가서 박카스를 사왔다. 사이다도 한 캔밖에 남지 않아서 마트에 사러 갔더니 마침 6캔 묶음이 세일을 하고 있었다! 아다리가 딱딱 맞네! 얼른 얼박사 한잔 타서 시원-하게 들이켜고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