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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Jul 28. 2024

점점 더 비싼 잠옷을 입는다



내게 가장 편한 옷은 단연 집에서 입는 잠옷이다. 밖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온 전투복(?)을 벗어두고 말끔히 샤워를 하고 나와 갈아입는 잠옷.


음식을 흘려도 괜찮고, 입은 채로 아무렇게나 뒹굴어도 되는. 그래서 일까. 가장 편한 옷을 가장 함부로 대하게 된다. 면도 부들부들하고 적당히 낡아 편한 옷을 세탁기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으면서 반나절만 입고 있어도 불편한 옷은 열심히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고 각잡힌 옷걸이에 걸고 있는 나를 봤다. 나를 가장 편하게 해주고 나답게 해주는, 내게 온전한 휴식을 주는 옷을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나. 한때 너무 좋아하는 옷이었는데, 좋아하는 만큼 자주 입다보니 낡아버려 어느새 잠옷이 되어버린 반팔 면 티셔츠. 잠옷으로 입다보니 함부로 다루게 됐지만, 한때는 내게 한 벌 뿐인 소중한 옷이었다.


무릇 인간관계도 이런 것 아닐까.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존재에게는 무심결에 함부로 대하면서 오히려 밖에서는 최대한 예의와 격식을 갖추려 노력하게 되는. 옷이든 사람이든 내가 가장 편한 것일수록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건데 말이다.


이제 적당히 전투복을 갖추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점점 더 잠옷에 신경을 쓰게 된다. 수면 시간 동안 분비되는 땀이나 노폐물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소재인지, 맨살에 닿는 만큼 부드러운 촉감의 원단인지, 목이나 팔, 품 등이 적당히 여유로워 입었을 때 불편함이 없는지, 하의의 고무줄이 압박감이 없는지, 전체적으로 가벼운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잠옷을 고른다. 예전에는 그저 입다가 낡아버린 옷을 잠옷으로 입었지만, 이제는 실크 소재의 잠옷이나 순면 소재의 잠옷을 몇 벌 따로 사기도 한다.


점점 더 비싼 잠옷을 입게 된다. 잠옷은 가장 좋아하는 섬유 유연제를 넣어 따로 단독 세탁한다. 깨끗하게 세탁되어 상쾌한 향기가 가득한 잠옷을 소중히 개어 넣을 때 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편할수록 더 예의를 잃지 말아야지,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항상 사소한 것도 고마워 해야지, 하고 다짐한다. 매번 다짐하면서도 참 쉽지 않다. 오늘 핑크색 잠옷에 무심코 흘려버린 커피처럼, 방심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짜증섞인 말이 나가거나, 가까운 만큼 서운함도 생긴다. 그래도 의식적으로 계속 노력해야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겠지.






두편의 단편소설을 완성했는데, 완성한지 제법 오래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걸 따로 둬야할지, 아님 하나의 소설로 합쳐버릴지, 아니면 소설 속의 소설로 묶어버릴지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이럴 때 대부분은 처음 생각했던 대로 하게 되던데… 괜히 고민하고 있는걸까.) 그래서 이 완성작들은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요즘 부쩍 다시 아도이(ADOY)를 듣는다. 여름은 역시 시티팝의 계절이다. 가장 좋아하는 곡들을 꼽자면 Grace, Wonder, Domino,  Runner’s High, Swim 등인데, 사실 다 좋다. 아도이를 들으면서 팥빙수를 먹는 여름 밤은 정말이지 행복 그 자체다. 폭염 경보가 두렵지만, 하루하루 사라지는 여름 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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