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소극적으로 굴기
나는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나 말고는
아무도 신경쓰고 싶지가 않아
사실
나 하나로도 벅차서
신경 쓸 여유도 없고.
그래서 그냥 지금은 모든게 다 조심스러워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래서 그런 것 같애
네가 궁금하기도 하고
같이 얘기도 나눠보고싶고
뭐 술을 한 잔 마셔봐도 좋겠고
드라이브 하면서
자유롭게 어딘가를 가보고 싶기도 하고
그,
그렇긴 한데
한 편으론
그런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지금 그렇게
가까워져봤자
나중에 괜히
성가신 일만 만드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래
그래서 그래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야
그래서 사실 나는
되게 모든게
조심스러워
'충동적'으로
'함부로' 못하겠어
생각 생각 생각
생각,
생각에 생각을 더해
한 번 더 생각
진짜?
지금? 괜찮겠어?
아니,
아니야
참자
참자, 참어
이렇게 해서 지금의 타이밍까지 온거야
그래도 나는 뭐
선뜻 연락하고 그럴 생각은 없어
왜냐하면
아직 별로 여유가 없거든
그리고 나는 좀 무서워
이게 또 괜히
우리 둘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까봐
내가 섣불리 연락하는 바람에
너에게 상처를 줄까봐
그래서 그런거야
근데 있잖아,
인간이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라는 게
나는 그게 참 무서우면서도
한 편으론 위안이 된다?
뭔가 안심되는 그런거 있잖아
그래서 나는
이걸 딱 인정하고 들어갈려고
너도 그렇지 않어?
그렇게 생각하면
맘 편해지는 일들이 많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더라
그래서 너한테는
좀 더 늦게 연락하려고
내가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충분히 여유있을 때
그 때 연락해도
늦지 않을 거 같애
보류중
뭐 그렇게 표현하면 되려나?
기분 나쁘진 않지?
그러기엔 우리가 어리지 않잖아
그래서 당분간은 좀 더 지켜보려고
보류중 상태야, 난
그래도 우연히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
우리 어색할 거 없잖아
가끔 보고싶고 궁금하고 그래도 나는 그냥
쉽게 '참아 넘겨'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거든
너랑 나 사이에 뭐
특별한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더 쉽지
그렇지 않겠어?
당연히.
서운해하진 않을거라 생각할게
그래도 뭐
우린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사이잖아
이러다 너를 영영 놓친다해도
별 수 없지 뭐
이걸 네가 '어장관리'라 부른다해도
어쩔 수 없지 뭐
근데 어항에 가두고
죽기 직전에 가끔 먹이라도 하나씩 던져줘야
적어도 '어장관리'라 부를 수 있는 '자격'이 있는데,
나는 애초에 '어항'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연이 자연스레 우리를 갖다 놓을 때 까지
나는 최대한
'소극적'으로 굴 생각이야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