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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그릇엔 항상 계란 후라이가 2개

까밥

by 이재이

연대 서문엔 대학가라 그런지 일요일에 여는 밥집이 많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식당, '까밥'이다. '카페에서 파는 밥'이라는 뜻이었나? 정식 명칭은 카페 까밥이었는데 매일 까밥 까밥 부르다 보니 이제는 그 본래 뜻도 가물가물하다. 음료도 팔고 밥도 파는 곳. 하지만 커피보다는 밥을 먹는 사람이 많아 항상 밥 냄새가 나던 곳.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까밥. 나의 최애 메뉴는 김치볶음밥. 지금도 나는 불현듯 까밥의 김치볶음밥이 그리워 최대한 그 레시피를 흉내 내 만들어 먹곤 한다.


일요일 11시에 열었던 까밥.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주린 배를 감싼 채 11시 땡 하면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던 곳. 머리가 길고 수염을 기른 록 스타 느낌의 주인아저씨께서 항상 반겨주시곤 했다. 제육볶음, 강된장,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등의 메뉴가 있었는데 일요일마다 시키는 나의 메뉴는 고정돼 있었다. 김.치.볶.음.밥. 아저씨가 내게는 굳이 어떤 걸 주문하겠냐고 묻지 않고 김치볶음밥? 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이건 까밥 깁치볶음밥이 아니지만 계란 후라이가 두 개라 그때 생각이 났다. 그럴싸한 비주얼과 그렇지 못한 맛. / 이재이


까밥 김치볶음밥은 스팸을 짓이기듯이 눌러 신김치와 함께 볶은 뒤 계란 후라이와 함께 내어 주었는데, 케첩을 듬뿍 뿌려주는 게 특징이었다. 달달하고 새콤한 김치볶음밥. 양이 꽤 많았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나는 항상 싹싹 긁어먹고 한 톨도 남기지 않았다. 거의 매주 일요일에 까밥에서 김치볶음밥을 먹는 게 내 대학시절 루틴처럼 자리 잡아 버렸다. 일요일 까밥 첫 손님. 단골이라면 단골이었다.


어느 날부터는 내 김치볶음밥에는 계란 후라이가 두 개씩 올라왔다. 음식을 주문하면 세 가지 정도의 기본반찬이 나왔는데 주로 무생채나 콩나물 무침, 오이무침 등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다른 테이블에는 없는 소시지 야채 볶음이나 햄 감자채 볶음, 햄 김치 볶음 등을 추가로 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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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 "소설쓰고 있네” 라는 타인의 뒷담화를 들으면 괜히 내가 찔린다, 진짜 소설을 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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