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스턴(HOXTON)
모름지기 아지트는 약간은 비밀스러워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은 아지트로써의 매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아지트를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더 이상 아지트일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일이다. 인스타에 핫플로 소개되거나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유명해져 사람들로 북적이고 웨이팅이 생기면서 아지트를 잃고 또 다른 아지트를 찾아 전전하는 고단한 여정을 시작했던 적이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이런 좋은 곳은 더 많은 사람이 알아서 사장님이 돈쭐이 났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기도 한다. 제발 더 이상 소문나지 마, 아니 유명해져, 아니 유명해지지 마 사이에서 끝없는 내적갈등이 시작된다.
사람은 은근히 가던 길만 오간다. 산책을 할 때도 늘 다니던 길만 다니게 된다. 그 길이 가장 조용해서, 거리가 깨끗하고 안전해서, 가장 빠른 지름길이어서 등등 내가 그 길로 다니는 이유는 이미 무의식 중에 자연스럽게 생겼겠지만 산책이란 것은 목적지 없이, 정처 없이 여유롭게 거니는 것이기에 일부러 평소 다니지 않는 길을 선택해 걷곤 한다. 그러다 평소처럼 안경점 옆을 지나는데 작은 간판 하나가 보였다. 'HOXTON'이라고 쓰여 있었다. 뭐지? 하고 지나쳤는데, 얼마 후 건너편 길을 지나다 어느 건물 2층 통창에 사람들이 노트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도 그저 새로운 카페가 생겼구나 생각하고 지나쳤다. 어느 날 또 길을 거닐다가 안경점 2층이 바로 며칠 전 산책할 때 봤던 '그 카페'라는 걸 깨닫고 언젠가 방문해 봐야지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도 첫 방문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혹스턴을 12시에 문을 여는데, 나는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나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때문인지 수면에 지장을 받아서 12시 이후에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레 아침 일찍 여는 카페만 방문하다 보니 혹스턴은 선택지에서 제외되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밤을 새워서라도 끝낼 일이 있어서 '일부러' 오후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간 혹스턴에서 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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