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정말 한 순간인데,
어떻게 그 한 순간에
정신을 잃지 않고 있을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꽉 쥐고 있을 수 있을까,
그게 참 잘 안 돼.
쉽게 열리는 마음이 아니지만,
한 번 풀어 헤쳐지면
그 다음부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물에 잉크가 번지듯이.
나 그 한 순간을 잡지 못한 것 같아
이대로 그 사람이 좋아져버릴 것 같아
이제 어떡해?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하면 돼?
마냥 좋아해도 돼?
순수하게 그래도 될까,
미안, 나 너무 바보같은 질문만 하지.
미안해 나는 헛똑똑이야
멍청이야
찰나의 순간이 하루를 잠식해
기어코 전부가 돼
나는 이제 시작될 것 같아
그렇게 순간으로 점철된 하루들이,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