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한 줄짜리 편지 말야.
문장은 점점 더 간결해지고
그 짧은 문장에 담긴 함축적 의미 때문에
문장의 무게는 자꾸 무거워져.
한 문장 만으로도 너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그 문장을 쓰는 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단 하나의 어미를 선택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런 시 같은 연애편지들을 써.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봐.
그러다 문득,
구구절절 감상을 늘어놓던 시절의 편지가 그리워져.
형용사와 부사로 가득하던,
그 감정의 절제라곤 없는 편지들.
되려 감정의 과잉에 가까웠지.
폭포처럼 감정을 쏟아내고
혼자 호들갑 떨고
슬펐다가 기뻤다가 설렜다가 주눅 들었다가
한 문장 안에서도 몇 번이나 감정이 오락가락 소용돌이치곤 했지.
그토록 과하고 촌스럽고 정신없고 민망한 문장을
이제 다시는 쓸 수 없을 거야.
그렇게 절절한 순수함도 이제는 제법 퇴색되어 가겠지.
그래도 빛바랜 순수함을 마주하는 게
씁쓸하지만은 않더라.
약한 건 약한대로 눈부시고
강한 건 강한대로 아름다우니까,
미숙한 건 미숙한대로 황홀하고
성숙한 건 성숙한대로 훌륭하니까,
짧은 건 짧은대로 강렬하고
긴 건 긴대로 은은하니까,
처음은 처음대로 완전하고
성장은 성장대로 완벽하니까,
그저 그런 모든 마음들이 한없이 소중하다는 사실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