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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Oct 20. 2021

너에게만 말할 수 있는 내가 있었어



딱 너한테만 말할 수 있는

내가 있었어.


너한테만 보여주는

표정과

행동과

움직임들이

있었던 거야.


네가 없어지면서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잃었어.


너와 함께 사라져 버린 거지.


속절없이 잃어버리고 만 거야.



너에게만 드러낼 수 있는

내 모습들이

나를 나답게 해주는

전부였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달아.


이토록 어리석은 나에게 화가 나.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내 무게중심이 너무 확고해서도

내가 균형을 잘 잡아서도 아니었어.


옆에 네가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그토록 넘어지고 찢겨도

넌 항상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던 거야.

그것도 너무 쉽게.

그 탄성을 잃고서야 나는 깨달아.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욕할 모습도

재수 없다고 코웃음 칠 행동도

너에겐 사랑스러움으로 치환되는 

그 찬란하고도 거룩한 기쁨을

나는 너무 당연시했던 거야.

아니, 그것이 축복인지조차 몰랐던 거야.

너를 잃고 나서야 이렇게 깨달아.




많은 표정을 잃고

여러 종류의 웃음을 잃었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나만 남은 거지.

적당히 솔직한 나만 남게 된 거야.






언제쯤 다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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