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너한테만 말할 수 있는
내가 있었어.
너한테만 보여주는
표정과
행동과
움직임들이
있었던 거야.
네가 없어지면서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잃었어.
너와 함께 사라져 버린 거지.
속절없이 잃어버리고 만 거야.
너에게만 드러낼 수 있는
내 모습들이
나를 나답게 해주는
전부였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달아.
이토록 어리석은 나에게 화가 나.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내 무게중심이 너무 확고해서도
내가 균형을 잘 잡아서도 아니었어.
옆에 네가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그토록 넘어지고 찢겨도
넌 항상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던 거야.
그것도 너무 쉽게.
그 탄성을 잃고서야 나는 깨달아.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욕할 모습도
재수 없다고 코웃음 칠 행동도
너에겐 사랑스러움으로 치환되는
그 찬란하고도 거룩한 기쁨을
나는 너무 당연시했던 거야.
아니, 그것이 축복인지조차 몰랐던 거야.
너를 잃고 나서야 이렇게 깨달아.
많은 표정을 잃고
여러 종류의 웃음을 잃었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나만 남은 거지.
적당히 솔직한 나만 남게 된 거야.
언제쯤 다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너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