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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Oct 25. 2021

악의없는 경솔함




J의 단점이라면 여지없이 입이 가벼운 것이었다.




나는 그를 통해 전혀 관심없는 학창시절 동창들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것도 매번.



일관되게 입이 싼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그래.







"K랑 L알지? 걔네 9년 사겼잖아. 10년 째 돼서 결혼한대."


"걔네 식도 안 올리고 아직 혼인신고 전인데 벌써 집 얻어서 동거한다더라."


"걔네 1년 같이 살았잖아. 근데 결국 결혼 안 한대. 뭐 그렇게 됐대."



"야, L 걔 임신했었다더라. 근데 애 지웠대. 그냥 결혼 안하고."


"L 걔 애가 K애가 아니었대. 그래서 결혼 엎어진거라더라. 그래도 결혼 전에 친자 아닌거 알아서 다행이지. 어물쩡 넘어가고 결혼했어 봐. 진짜 천만다행이지 않냐."




실로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이 따로 없다.

 


J에 의해 나는 관심도 없는 K와 L의 근황을

본의 아니게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당사자들은 알기나 할까, 

내가 이렇게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기가 막힐 것이다.




"K 같은 회사 다니는 여자랑 올 9월에 결혼한대. 제대로 된 사람 만나서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지 않냐."



뭐가 다행인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들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 얘기도 저런 식으로 신나게 운반될 터였다. 






걔네 11년 연애했는데 결국 헤어졌대. 대신 걔 의사랑 결혼한대. 진짜 다행이지 않냐. 



거침없고 악의없는, 일관된 J의 가벼움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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