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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14. 2021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반에 반도 안 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면,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반쯤은 그냥 삼켜.



그러다 보니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어졌지 뭐야.



그래도 별 수 없지 뭐.





나는 조심스러워.


내 섣부른 말 한마디가

우리의 관계를 망칠까 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극도의 조심성이

극도의 경솔함보다 나으니까,


그렇게 감추고

삼키다 보니

나는 감정을 전할 일이 거의 없어.



감정은 그냥 내 안에 고스란히 쌓여.

전하지 못한 말로 둥둥 떠다니면서

켜켜이

먼지처럼 그렇게.


근데 그냥 그렇게 두는 편이 편해.


잔여 감정같은 거

답답함 같은 거

그냥 그런 건

내가 혼자 알아서 처리해.


꼭 말로 전해야만

감정이 전달되는 건 아니니까.


그냥 그렇게

조금은 답답해도 나혼자 무마시켜버리는 방식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어.




내가 이토록 조심한다는 거

너는 알고 있니?



말 한 마디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걸

너는 느끼니?



너를 갖고싶은 마음보다

잃을까 봐 두려운 내 마음을

너는,


너는

모르겠지.



영영

모르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또 삼키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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