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면,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반쯤은 그냥 삼켜.
그러다 보니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어졌지 뭐야.
그래도 별 수 없지 뭐.
나는 조심스러워.
내 섣부른 말 한마디가
우리의 관계를 망칠까 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극도의 조심성이
극도의 경솔함보다 나으니까,
그렇게 감추고
삼키다 보니
나는 감정을 전할 일이 거의 없어.
감정은 그냥 내 안에 고스란히 쌓여.
전하지 못한 말로 둥둥 떠다니면서
켜켜이
먼지처럼 그렇게.
근데 그냥 그렇게 두는 편이 편해.
잔여 감정같은 거
답답함 같은 거
그냥 그런 건
내가 혼자 알아서 처리해.
꼭 말로 전해야만
감정이 전달되는 건 아니니까.
그냥 그렇게
조금은 답답해도 나혼자 무마시켜버리는 방식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어.
내가 이토록 조심한다는 거
너는 알고 있니?
말 한 마디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걸
너는 느끼니?
너를 갖고싶은 마음보다
잃을까 봐 두려운 내 마음을
너는,
너는
모르겠지.
영영
모르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또 삼키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