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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13. 2021

먹구름이 회색빛 도시를 짓누르면




도시는 더더욱

회색으로 물들었지.



어두운 잿빛이 드리웠지.




사옥 10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나는 따뜻한 커피가 한 잔 마시고 싶어졌어.


하지만

마시지 않았지.




따뜻한 걸 마시면

기어코 네 생각이 나버릴 것 같아서.



나는 그저 차가운 유리창에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빗방울들을 바라만보고 있었어.


비를 맞아 더욱 진해진 아스팔트의 색감과

물에 젖은 나무들을 보고 있었어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거리를 바쁘게 수놓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어.



회색 도시가

더욱 진한 잿빛으로 물드는 걸


그렇게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면서



너와 내 관계도

이렇게 하나의 막 뒤에서

덤덤하게

관망할 수 있었다면

달랐을까,

생각했어.


부질없는

멍청한 회색빛 생각을

그저 그렇게 했어.



비를 쫄딱 맞으며

빗속을 헤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아니라,

정신 차리고

이렇게 건물의 유리창에서

비오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럼 이 무거운 회색 구름도

잿빛 도시도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이,

그저 이렇게 '감상'할 수 있듯이.




나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렸지 뭐야.



커피 맛은

굳이 표현하자면,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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