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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Dec 30. 2021

정말 잔인한 것



정말 잔인한 건


"네가 미웠다"

고 말하는 것이 아닌,

"아무렇지 않았다"

고 말하는 것.



"충격 받았다"

"상처 받았다"

가 아닌,

"다행이었다"

고 말하는 것.



정말 잔인한 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원망하는 것이 아닌,

"덕분에 귀찮은 일 없겠다"

고 안도하는 것.


정말로,

진실로


아. 무. 렇. 지. 않. 은. 것.



일상에 어떠한 균열도 없는 것,

조금의 타격도 없는 것,

너무 잘 지내는 것,

잘 먹고

자고

잘 사는 것.


그것이 너에게 더없이 잔인한 일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고야 마는 것.



사실은

버렸음에도

버려졌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


그것으로써

나는 비겁하게 책임을 벗는 것.



"나는 나뻐"


그냥 그렇게 말하면 그만이다.


속으로 

조금의 죄책감

느끼고 나면 그만이다.


그 알량한 죄책감 따위

그런 힘없는 감정에 아주 잠깐만 휘둘리면

그러고 나면 그만인 것,

아무 일도 아닌 것.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이었고,

평범했고,

아무렇지 않았고,


미안하지도 않았다.


서서히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미안한 일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차라지

지금 조금 잔인한 편이 낫겟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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