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잔인한 건
"네가 미웠다"
고 말하는 것이 아닌,
"아무렇지 않았다"
고 말하는 것.
"충격 받았다"
"상처 받았다"
가 아닌,
"다행이었다"
고 말하는 것.
정말 잔인한 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원망하는 것이 아닌,
"덕분에 귀찮은 일 없겠다"
고 안도하는 것.
정말로,
진실로
아. 무. 렇. 지. 않. 은. 것.
일상에 어떠한 균열도 없는 것,
조금의 타격도 없는 것,
너무 잘 지내는 것,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는 것.
그것이 너에게 더없이 잔인한 일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고야 마는 것.
사실은
버렸음에도
버려졌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
그것으로써
나는 비겁하게 책임을 벗는 것.
"나는 나뻐"
그냥 그렇게 말하면 그만이다.
속으로
조금의 죄책감
느끼고 나면 그만이다.
그 알량한 죄책감 따위
그런 힘없는 감정에 아주 잠깐만 휘둘리면
그러고 나면 그만인 것,
아무 일도 아닌 것.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일상이었고,
평범했고,
아무렇지 않았고,
미안하지도 않았다.
서서히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미안한 일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차라지
지금 조금 잔인한 편이 낫겟어.